많은 변화가 있었던 2016년 롤챔스 서머 시즌이 끝났다. ROX는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고, kt는 결승전에 오르며 여름에 강한 팀임을 입증했으며, SKT는 우여곡절 끝에 올해도 롤드컵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성공적인 리빌딩 후 가능성을 보였고, 아프리카는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제어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뒤를 이은 팀은 MVP다. 2012년 MVP 블루와 레드, 그리고 화이트로 시작하며 결국 2014년 삼성 왕조로 이어지며 롤드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시즌 후 MVP부터 시작한 선수들은 거의 중국으로 이적, MVP라는 이름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거로 보였다.
그러나 MVP는 다시 한 번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만들어 도전을 시작했다. 2015년 말 팀을 구성해 챌린저스 예선을 통과한 후 2016년 챌린저스 스프링 정규 시즌 1위, 포스트 시즌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두고 이어진 승강전을 통해 롤챔스 입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첫 시즌인 2016 서머 MVP는 기대 이상의 성적인 6위를 기록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는 성적이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김규석 역시 게임을 하고 자란 세대다. 하지만 원래 그의 게임 목록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없었다고. 당시 PC방에서 유행했던 다른 게임을 하던 그가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빠진 이유는, 옆 자리 친구가 하던 정글 피들스틱의 머리 위에 떠오른 골드 수급 이미지를 보고 RPG 게임 같다는 인상을 받아서였다.
김규석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처음 한 챔피언은 베인. 특출나게 잘한 건 아니었지만,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어 본격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김규석은 정글을 했을까.
"저 원래 미드 AP 마스터 이 장인이에요."
김규석은 원래 미드로 시작했지만, 정글러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다고. "차라리 제가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정글을 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라인에 서면 심리적인 부담도 있는데, 정글은 움직이는 게 기본이니까요." 현재 같은 팀 미드 라이너인 '이안' 안준형도 가끔 농담으로 자기가 정글을 가겠다고 하는데, 김규석은 안준형이 정글을 오면 자신이 미드를 갈테니 자기가 정글을 봐주는 만큼 해달라며 같이 농담으로 받아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2013년, 김규석은 가장 열심히 롤챔스를 보던 시절 당시 SK텔레콤 T1의 '벵기' 배성웅과 '페이커' 이상혁의 깔끔한 플레이와 날카로운 상황 판단에 빠졌지만, 2년 후 자신이 프로게이머를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5년 여름, 김규석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게임만, 그냥 정말 게임만 했어요."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냐는 질문에 김규석이 한 답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을 설득해 새벽까지 게임하고, 학교에 가서 잠을 잔 후 점심시간에 귀가해 다시 연습하는 쉽지 않은 생활이었다. 부모님과 선생님 모두 처음에는 김규석이 프로게이머를 하겠다는 데 반대했다. 하지만, 그전까지 목표 없이 살던 김규석이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에 다들 마음을 바꿔 그를 도와줬다.
김규석의 목표는 국내 프로팀 입단이었다. 하지만 그해 가을이 되자 김규석의 솔로 랭크 점수를 본 중국 3부 리그팀에서 연락이 왔다. 입단 테스트를 보라는 이야기였다. 김규석은 그중 한 팀에 입단하려 했지만, 비자 문제로 한국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커뮤니티에서 MVP 선수 모집 기사를 접했다. 다시 시작하는 MVP에서 자신도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지원한 김규석은 온라인 테스트를 통과하고 실제로 같이 생활하는 2차 테스트를 치르게 됐다.
김규석에게 지금 같이 생활하는 팀원들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김규석에 따르면 안준형은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었고, '애드' 강건모는 시니컬한 이미지에 말도 안 할 거 같았다고. '마하' 오현식과 '맥스' 정종빈은 둘 다 좋은 형 같았다고 말했다. 권재환 감독의 첫 인상은 무서웠지만, 그래도 잘 해줬다고. 하지만 화가 나면 무서울 거 같다는 게 김규석의 이야기다.
2016 챌린저스 코리아 오프라인 예선을 통과한 MVP는 바로 그 시즌에 챌린저스 정규 리그 우승과 함께 포스트시즌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손에 넣었다. 김규석은 정규 시즌 무승부 경기와 포스트시즌 준우승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챌린저스 결승은 큰 무대 경험이 없었기에 ESC 에버에 패했다고.
MVP와 김규석이 승강전에서 만난 팀은 콩두. 당시 분위기는 ESC 에버와 MVP 중 한 팀은 승격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김규석은 승강전 1세트에서 긴장했지만, 바론 스틸 이후 그와 팀 전체가 경기력을 되찾으며 롤챔스에 승격했다. MVP와 김규석 모두 시작 반 년만에 얻은 결과였다.
챌린저스와 다르게 롤챔스는 김규석에게 정말 도전의 무대였다. 벽이 높아만 보였다. 게다가 첫 상대는 kt. 이 경기에서 MVP는 두고두고 회자될 경기를 만들었다. 넥서스를 한 대만 치면 이기는 경기를 놓친 것. 상암 부스 내 배치도 다르고, 마우스나 키보드 각도가 달라 적응에 힘들던데다가, 마우스를 잡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던 그에게 아쉬운 패배는 오히려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급했어요(웃음). 첫 경기에서 kt를 한 세트라도 잡을 거라고 예상 못했는데, 그게 눈 앞에 다가오니 다섯 명 모두 마음이 급해졌죠. 점멸만 써도 이기는 거였는데. 숙소로 돌아가면서도 아쉽다기보다는 다들 잘 했다고 이야기했죠."
"다들 친해서 그래요. 감독님까지 여섯 명은 정말 솔직하게 상대를 대하거든요. 근데 방송에서 그 모습을 그대로 보일 수 없잖아요? 그래서 방송 인터뷰에서는 점잖은 모습을 보였는데 다들 그걸 보고 가식이라고 놀렸죠. 방송이 끝나고 다들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만큼 다들 몇 년 된 친구처럼 허물없던 사이라 그런 이야기 나온 거예요."
이어 벌어진 SKT와 경기에서 MVP는 그야말로 무난하게 패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모습으로 MVP는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패배 후에 깨끗하게 인정하는 모습, 그리고 채팅창으로 김규석과 오현식이 '잘 배우고 갑니다'라고 전한 이야기가 그 이유였다. 경기에서는 완패했지만 자신들이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이안' 안준형은 당시 SKT 미드 1차 타워를 파괴하는 게 목표였다고 이전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김규석은 미드 타워를 한 번 공격하고 패했다고 말했다.
그가 아쉬웠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배성웅과 경기를 하지 못했던 것. '블랭크' 강선구가 상대하기 쉽다고 말하면 자신과의 경기에서 배성웅이 출전해 자신의 우상과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강선구가 나와 시무룩했다고. 말은 그리했지만 강선구를 상대해보니 그도 역시 잘하는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경기만 잡았으면 롤드컵 선발전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아쉽죠. 꼭 이겨야 하는 경기를 놓치면 어떻게 되는 지 잘 배운 거 같아요. 당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너무 과감하게 바론을 시도했고, 그게 화를 불렀죠. 무리하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배웠어요. 그래도 그 단계에서 실수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만약 그 경기에서 배우지 못했다면 나중에 더 중요한 경기를 그르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결국, MVP는 포스트시즌도, 승강전도 치르지 않은 순위인 6위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승강전에 가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라는 게 김규석의 이야기다.
"잔류하느냐, 혹은 올라가거나 내려가느냐. 저희도 겪은 일이라 선수들의 상황이 눈에 보여요. 왜 저렇게 플레이하는지도 이해 가고요. 부담과 압박이 엄청나거든요. 제가 승강전에 다시 갔다면 정말 슬펐을 거 같은데, 안 가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요."
"SKT와 두 번 만났는데 계속 강선구를 상대로 경기했어요. 제가 한창 롤챔스를 보던 시절 완성형 정글러로 불리던 선수와 경기해보는 거도 영광이고, 그 과정에서 지더라도 제가 배울 게 많을 거 같아요."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낸 김규석에게 팀원들은 지금 어떤 이미지일까. "준형이는 마냥 착할 줄 알았는데 새침한 부분이 있어요. 건모는 말이 많고, 종빈이 형은 좋은데 가끔 엉뚱한 부분이 보여요. 감독님은 처음과 변함없는 분이고요."
첫 시즌이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사한다고 말한 김규석은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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