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스타2리와인드]테러리스트 정명훈 VS STX 김도우@프로리그

Talon 2012. 12. 14. 17:51

처음 상대하는 메카닉 테란에 정명훈은 당황하는데...


포모스에서는 화제가 됐던 매치업을 골라 해당 선수에게 직접 뒷 이야기를 들어보는 '스타2 리와인드' 코너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경기의 스크린샷과 그 때 그 때 선수들이 느꼈던 유불리나 관전 포인트 등을 짚어 팬들에게 소개하는 스타2 리와인드, 스타2를 잘 모르는 팬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복기해 보는 순서입니다. < 편집자 주 >

이번에 만나볼 플레이어는 '테러리스트' 정명훈(SK텔레콤)입니다. 팀의 테란 에이스이자 확실한 1승 카드인 정명훈은 기복 없는 실력으로 프로리그에서 언제나 제 몫을 다해주고 있죠. 정명훈은 지난 STX와의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2 프로리그 12-13 시즌 첫 경기에서도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김도우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경기 전까지 단 한번도 메카닉 테란을 상대해보지 않았다는 정명훈. 과연 중반까지 수세에 몰렸던 정명훈이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시죠.

사신을 양쪽 언덕 위에 올려 놓은 정명훈.
▶ 포모스=우선 이번 시즌에 새롭게 추가된 알카노이드 맵은 어떤가요.

▶ 정명훈=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경기를 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정말 많아요. 그런 면에서는 스트레스를 주는 맵이기도 하죠. 타 종족전을 하면 테란이 유리해서 재미있는데, 막상 프로리그가 시작되니까 다른 팀들도 테란을 주로 출전시키더라고요. 테테전은 워낙 변수도 많고 운도 따라줘야 해서 경기 준비하기가 까다로워요. 사실 전 처음에 제가 잘해서 승률이 높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다른 팀들도 다 테란이 잘 한대요(웃음).

▶ 포모스=알카노이드에서 사신은 필수 유닛인가요.

▶ 정명훈=초반이든 중반이든 사신이 있어야만 상대 위치를 알 수 있어서 무조건 1기는 뽑아야 해요. 하지만 지금 저나 김도우 선수처럼 사신을 빨리 생산하는 빌드도 있고, 멀티를 먼저 한 다음에 뽑을 수도 있어요.

▶ 포모스=그런데 사신을 돌리지 않고, 그냥 언덕 위에 올려놓았어요.

▶ 정명훈=연습을 많이 해봤는데, 위치를 빨리 알아도 딱히 할게 없더라고요. 어차피 제가 공격 가기 전에만 알면 되니까요. 그리고 상대 사신이 올게 뻔하니까 한 기 잡고 가자는 생각이었죠. 일종의 심리전이기도 해요. 맵 특성 상 지금 제가 사신을 올려 놓은 쪽으로 올 수 밖에 없어요.

잠깐 헤맸다는(?) 정명훈의 해병 컨트롤.
▶ 포모스=해설진들이 은폐 밴시를 막기에는 방패 업그레이드가 좋다고 했는데요.

▶ 정명훈=정석 빌드에서는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이 맵에 맞게 자극제 업그레이드 이후에 3병영을 추가하는 빌드를 준비했어요. 이 맵이라서 가능한 빌드죠. 밴시가 오는 것도 다 예상 범위에 있었어요. 밴시가 오든 사신-의료선이 오든 다 막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춰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 포모스=은폐 밴시를 잡는 컨트롤이 정말 침착하면서도 깔끔했어요.

▶ 정명훈=아니에요. 사실 해병이 자극제를 먹고 스캔을 쓰는 순간, 갑자기 마우스가 미끄러졌어요. 그래서 경기 화면이 1시로 가버리는 바람에 화면을 잘 보면 해병이 잠깐 헤매요. 하마터면 못 잡을 뻔 했는데, 진짜 그랬으면 많이 부끄러웠을 거에요. 프로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니까요.

▶ 포모스=이제까지 알카노이드에서 두 번의 테테전이 나왔는데, 서로 바이오닉과 메카닉으로 체제가 엇갈렸어요.

▶ 정명훈=솔직히 저는 연습 때 바이오닉 한 가지만 했어요(웃음). 바위를 깨서 길이 많아지면 당연히 메카닉이 불리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경기를 하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서 저도 메카닉으로 해보려고요. 아무래도 제가 이 맵에서 메카닉이 좋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었나 봐요. 팀원들과 얘기할 때도 "에이, 길 많은데 안 좋겠지"하면서 메카닉 연습을 아예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상대가 메카닉을 써서 많이 당황했죠.

큰 이득을 거두지 못한 드롭 플레이(위)와 다소 쓸 데 없었던 바위 깨기?!
▶ 포모스=첫 해병 드롭으로는 큰 이득을 거두지 못했어요.

▶ 정명훈=연습 때는 김도우 선수처럼 화염차를 많이 뽑는 테란이 없었어요. 병력 싸움에서 이득을 거두고 자원 채취도 방해할 생각이었는데, 상대가 메카닉을 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주지 못했죠. 전 이 맵에서 테란은 무조건 바이오닉이라고 생각했는데, 병력을 내리고 보니 메카닉이었어요. 그나저나 경기할 때는 몰랐는데, VOD로 다시 보니까 제가 정말 불리했네요. 두 번째 멀티도 느리고요.

▶ 포모스=지금 길을 뚫는 것은 최대한 바이오닉의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서인가요.

▶ 정명훈=일단 메카닉은 길이 넓을수록 좋지 않거든요. 그 부분을 노려서 길을 뚫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쓸데 없는 것만 깨고 있네요(웃음). 저기가 아니라 센터나 제 쪽에 있는 중립 건물을 깼어야 했는데, 지금 저걸 왜 부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무의식 중에 빨리 피해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왼쪽 지역에 있는 바위를 깼어야 했는데, 괜히 김도우 선수가 빨리 올 수 있게 진출로만 만들어주고 있어요. 정말 제가 바보짓 했네요(웃음).

▶ 포모스=그래도 김도우에 비해 업그레이드가 많이 빨랐어요.

▶ 정명훈=제가 빨리 했다기 보다 김도우 선수가 조금 늦었어요. 15분 정도에 업그레이드 2단계 정도면 제가 빠른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입구가 조여지고 보니까 상대 업그레이드가 하나도 되지 않아 있더라고요. '병력에 집중해서 조이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서 저는 풀 업그레이드가 될 때까지 기다렸죠.

▶ 포모스=최근 패치로 밤까마귀가 많이 강해졌어요.

▶ 정명훈=맞아요. 이제 밤까마귀 때문에 뭉쳐있기도 무서워졌어요. 그런데 추적미사일을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추적미사일 보다는 국지방어기를 두 번 쓰는 것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추적미사일은 마나 소모량이 150이라서 한 번 쓴 다음에 상대가 달려들면 어떻게 할 수 없는데, 국지방어기는 마나가 100밖에 들지 않으니까 두 번 쓸 수 있어요.

멀티가 조여지면서 위기를 맞았지만(위), 완벽한 양동작전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 포모스=멀티가 조여지면서 첫 번째 위기를 맞았는데요.

▶ 정명훈=조금 막막했지만, 그래도 '20분만 지나면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이 때는 의료선 견제를 하고 싶어도 상대 바이킹이 많고, 6시 지역에 미사일 포탑도 많아서 드롭하기는 힘들었어요. 또 크게 돌아서 의료선 2~3기를 빼면, 양쪽 병력이 각개격파 당하면서 더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멀티를 내주더라도 최대한 늦추자는 마인드였죠. 그런데 결국 내주지는 않았어요.

▶ 포모스=이후에 중앙에서의 교전은 뭔가 결심을 내린 건가요.

▶ 정명훈=일단 3-3업그레이드가 끝났고, 상대가 공성모드를 하고 있지 않아서 소모전을 하려고 달려들었어요. 대박은 아니었지만, '평타'는 친 것 같아요. 제가 업그레이드가 좋고 바이오닉 체제라서 소모전을 하면 유리하니까요. 멀티도 똑같고, 병영도 많잖아요.

▶ 포모스=그 덕분에 상대가 조금 흔들린 것 같아요.

▶ 정명훈=여기서는 정말 잘 휘두른 것 같아요. 이때 6시 확장 기지까지 밀면서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양동작전이 정말 잘 풀렸어요. 만약 김도우 선수가 제 멀티를 공격하지 않고, 아예 일자로 완벽히 막아놓은 채로 자원 끊기기만을 기다렸으면 제가 졌을 거에요. 아마 멀티를 공격하면 제가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 포모스=그러자 김도우 선수가 일꾼까지 대동해서 모든 병력을 진격했어요.

▶ 정명훈='아, 이것만 막으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병력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교전에서 이기겠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 엄청 망설였어요. 이 때부터 마지막 교전까지 정말 100번도 넘게 고민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상황을 봐서 싸우려고 했는데, 계속 뭔가 '사이즈'가 나오지 않았어요. 승리에 대한 확신이 들어야 달려드는데, 그러지 않았거든요. 김도우 선수가 정말 조금씩 움직이더라고요. 공성 모드를 늦게 하거나, 한 번에 들어오려고 했으면 제가 다 잡아 먹었을 거예요.

끝까지 고민하는 모습(위)과 상대의 진격을 도발하는 연기.
▶ 포모스=본진이 공격 당할 때도 계속 고민한 건가요.

▶ 정명훈=일꾼이 많은 것도 압박이었어요. 스타2는 어택하면 일꾼도 때리니까요. 그래도 건설로봇이 다 왔다는 것은 추가 병력이 없다는 거니까 11시에서 자원을 채취하면서 최대한 늦게 싸우려고 했어요. 상대가 제 본진 안에 들어왔을 때도 계속 싸울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결국엔 포기했어요.

▶ 포모스=이어진 교전에서는 승리한다는 확신이 들었나요.

▶ 정명훈=저 때는 의료선에 해병을 태우고 병력이 얼마 없는 척 연기를 한 거예요. 그런데 김도우 선수가 속지 않더라고요(웃음). 계속 천천히 오길래 일부러 병력을 내주면서 '이제 이것밖에 없으니까 과감하게 와라'고 연기했는데 통하지 않았어요.

승리를 결정지은 정명훈의 마지막 공격.
▶ 정명훈=이후에 계속 참고 기다리다가 10시 지역 골목으로 오기 전에 싸움을 걸었어요. 좁은 골목에서 싸우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병력이 많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그런데 막상 싸우고 보니까 너무 쉽게 이기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너무 오래 끌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그래도 경기 끝나고 내려 오니까 팀원들이 다들 잘 참았다고 해주더라고요.

▶ 포모스=알카노이드에서 플레이 하는 초보들에게 약간의 팁을 준다면요?

▶ 정명훈=저그전에서는 땅굴망 전략을 자주 쓰니까 주의하셔야 하고요, 프로토스전은 20분이 지나기 전까지 상대를 잘 흔들어야 해요. 기본적으로 테란이 좋긴 한데, 길이 뚫리면 프로토스도 할만해져서 그 전에 주도권을 잡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테테전은 심리전이 가장 중요해요. 초반에 사신을 보내는 것부터 신경전이 치열하고, 빌드 싸움도 엄청 심해요.

▶ 포모스=이야기 잘 들어봤습니다. 프로리그 첫 경기에서 스타트를 잘 끊었는데, 이번 시즌 목표는 어떻게 되세요?

▶ 정명훈=앞으로 경기가 잘 풀리면 수정할 수도 있지만, 우선은 35승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오랜만에 프로리그 경기로 찾아 뵙게 됐는데, 다들 많은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현장에도 많이 찾아와 주세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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