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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초대 챔피언 가렌, 멀고도 험한 LCK 데뷔전

Talon 2019. 2. 11. 08:50
가렌은 LoL의 한국 서비스 시작 이전인 2010년 4월, 50번째 챔피언으로 등장했다. 이후 9년 동안 90여개의 챔피언이 새로 출시돼 LCK를 누볐지만, 가렌은 늘 일반 게임과 솔로 랭크만을 지켰다. 라이엇 게임즈

지난달 30일 아프리카 프릭스와 진에어 그린윙스의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 케인이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제 LoL에 존재하는 143개 챔피언 중 LCK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챔피언은 가렌과 사일러스 뿐이다. 사일러스가 글로벌 밴 상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로서는 오직 가렌만이 LCK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셈이다.

가렌은 프로게이머가 아닌 일반 이용자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매력적인 챔피언이다. 무엇보다 조작 난이도가 쉽기 때문에 초심자들이 LoL에 입문할 때 많이 찾는다. ‘오피지지’에 따르면 탑라이너로 분류되는 53개 챔피언 중 35번째(픽률 1.97%)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그런 가렌이 왜 지금껏 단 한 번도 LCK에 등장하지 않았을까. 또 앞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LCK 리거들에게 직접 물었다.

“저는 못 나온다는 데 한 표 걸겠다.” (SK텔레콤 T1 ‘클리드’ 김태민)

3일 한화생명e스포츠전을 마친 뒤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한 김태민은 앞으로도 가렌이 LCK에 등장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가렌의 성능 자체가 좋지 않고, 무엇보다 제 생각에는 (가렌을) 하고 싶어 하는 선수가 없다. 저는 슬픈 소식이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기인’ 김기인. 라이엇 게임즈

국대탑도 외면한 챔피언

국가대표 탑라이너에게 가렌 등장 가능성을 물었다. 아프리카 ‘기인’ 김기인은 뛰어난 공수 밸런스와 메타를 가리지 않는 넓은 챔피언폭이 강점으로 꼽힌다. 올 시즌에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인 루시안과 베인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이전까지는 카밀, 잭스 등 브루저 챔피언을 잘 다루며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런 김기인도 가렌을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아 보였다.

김기인은 가렌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 “조합만 맞춰진다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국민일보와 만난 그는 “솔직히 (가렌이) 다른 라이너들이 보기엔 안 좋은 챔피언이지만, 탑라이너들은 가렌의 매력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매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애매하다. 말하다 보면 단점밖에 안 나올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또 김기인은 “솔로 랭크에서는 저도 가렌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스크림 등에서는 가렌을 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 솔로 랭크에서 소환사명 ‘아정글맘에안드네’와 ‘오뚜기3분미트볼’로 가렌을 총 3회 사용했다.

그리핀 ‘바이퍼’ 박도현. 라이엇 게임즈

티모도 했지만 가렌은 안 돼

탑이 어렵다면 바텀은 어떨까? 혹시 티모도 썼던 그리핀 ‘바이퍼’ 박도현이라면 가렌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박도현은 LCK에서 가장 넓은 챔피언 폭을 보유한 선수다. 지난해 서머 정규 시즌에는 무려 15개 챔피언을 선보였다. 블라디미르, 카이사, 야스오, 이즈리얼, 라이즈, 루시안, 스웨인, 탈리야, 모르가나, 티모, 갱플랭크, 이렐리아, 다리우스, 클레드, 제이스가 그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냉담했다. 지난달 31일 SKT전을 마친 뒤 국민일보와 만난 박도현은 가렌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 “밴 카드가 남을 때 팀의 전략을 숨기기 위해 밴 카드로 쓰일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 지난해에는 티모도 쓰지 않았느냐고 재차 묻자 그는 “두 챔피언의 공통점은 탑라인에서 쓰인다는 것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실 지난 시즌이 끝나기 전에 바텀에서 가렌을 써볼까 했다. 아마 새로운 스킨(신성왕 가렌) 출시 직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마도 가렌이 바텀에서 쓰일 일은 없을 것이다. 가렌의 장점은 부시 플레이다. 탑은 부시 3개지만 바텀은 2개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가렌 사용에 대해 유일하게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선수는 옆에 있던 박도현의 동료 ‘소드’ 최성원이었다. 최성원은 “저는 솔직히 가렌을 쓰고 싶다. 감독님께서도 ‘지금 같은 기세라면 가렌도 쓸 수 있겠다’고 하셨다”며 “제가 LCK에서 가렌을 쓴다면 대회 최초로 사용하는 게 되지 않는가”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오른쪽). 국민일보 DB

초심자 위해 만들어진 챔피언, 단순한 스킬 구성이 발목 잡아

가렌의 특징이자 장점인 단순하고 직관적인 스킬 구성이 도리어 그의 LCK 출전을 막는다. 군중제어기(CC기)와 돌진기가 없어 팀 게임에서는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최근 LCK에서 탑라이너로 등장하는 우르곳, 사이온, 아트록스 등은 CC기와 돌진기를 모두 갖췄다.

올 시즌 LCK에서 분석 데스크를 진행하는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은 “가렌은 설계 자체가 LoL 초심자를 위해 만들어진 터라 스킬 구성이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높은 능력치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쉽게 말하면 솔로 킬을 내는 수준이 아니면 프로 수준에서는 활용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능력치를 더 올리면 일반 게임 밸런스가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하 해설은 이어 “가렌은 초심자를 위해 LoL에 있어야 하는 챔피언이지만, 대회에서 사용하긴 어려운 챔피언이라고 본다. 실제 대회가 아닌 일반 게임 승률은 괜찮은 픽이라 굳이 능력치를 상향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렌은 솔로 랭크 전체 티어에서 51.12%로 143개 챔피언 중 41번째로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리핀 ‘소드’ 최성원. 라이엇 게임즈

일반 게임과 e스포츠의 밸런싱 사이에서

라이엇 게임즈는 매 밸런스 패치마다 일반 이용자를 위한 LoL과 e스포츠를 위한 LoL,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LoL 리드 프로듀서인 조 텅(Joe Tung)은 지난달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일반 플레이어를 위한 최선의 방향과 프로 플레이를 위한 최선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프로 게임에서 OP로 보이는 챔피언들이 솔로 랭크에서는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할 때가 있는데,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팀원들과의 합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골드 티어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챔피언들이 더 높은 수준의 게임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런 차이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기가 까다로울 때가 있다.”

가렌은 후자에 해당한다. 현재 프로게이머가 대거 포진한 다이아몬드 티어에서는 승률 46.92%로 143개 챔피언 중 133번째 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일반 유저들 대다수가 속해있는 실버 티어에서는 51.77%로 23위에 해당하는 고승률을 기록 중이다. 따라서 앞으로 극적인 능력치 상향을 기대하긴 어렵다. 좋지만 안 좋은 챔피언 가렌, 자연스럽게 LCK 데뷔전도 멀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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