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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단 1주년 앞둔 한화생명 "3년 내 최고의 팀 목표"

Talon 2019. 3. 27. 08:49

박찬혁 부단장을 만나다

한화생명 e스포츠 창단 1주년을 앞두고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장과 상무를 겸임하고 있는 박찬혁 부단장을 만났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월 신생팀을 창단하며 e스포츠에 뛰어들었다. e스포츠 대표 얼굴이었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각종 비위로 검찰조사를 받고 삼성·CJ가 구단 운영을 포기하며 업계가 잔뜩 위축된 때였다. 가뭄 뒤 단비 같은 창단 소식이었다. 다음달 16일이면 한화생명이 e스포츠에 발을 디딘 지 만 1년이 된다.

한화생명은 왜 e스포츠 시장으로 시선을 돌렸을까. 지난 1년간의 성과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장과 상무를 겸임하고 있는 박찬혁 부단장을 만나 지난 1년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들었다.

-다음 달이면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한 지 1년이 된다.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75점을 주고 싶다. 의욕지수가 반영된 점수다. 많은 걸 못 보여드린 측면이 있다. 새로운 팀을 창단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셋업(setup·기초 준비) 기간이 6개월 정도 걸렸다. 이후에는 무엇보다 팀 컬러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도 과감한 스타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상품성을 갖추는 것에 힘썼다.

‘한화생명은 이런 팀이야’라는 것을 안팎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1년의 과정이었다고 본다. 창단 당시 넓게 3년 비전을 잡았다. 지난 1년간 아쉬움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두 번째 해에는 더 나은 경기력과 다른 팀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 3년차에는 성적과 마케팅, 팀 컬러가 삼위일체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한화생명 선수단. 라이엇 게임즈 제공


-한화생명이 e스포츠에 투자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회사 비즈니스 전략 차원에서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았고, e스포츠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근래 젊은이들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심취하고 상대적으로 금융이나 투자에는 관심을 덜 갖는다. 기성세대 중심의 금융 활동을 향후 젊은 세대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10~20대 청년들의 문화에 스며드는 게 중요했다. 젊은 층이 향유하는 여러 문화 중에서 e스포츠가 매우 뜨거웠고, 앞으로 더욱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을 생각했을 때 e스포츠 시장은 매우 적합했다.”

마케팅에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다. 정통 스포츠는 지역 연고라는 한계가 있다. 음악, 패션 등은 산업 내 진입장벽이 있다. 반면 e스포츠는 디지털 환경 베이스다 보니 시간·장소 제약 없이 마케팅을 폭넓게 할 수 있다. 글로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확장성도 고려사항이다. e스포츠는 젊은 세대에게 생활 속 문화이기 때문에 밀접하게 아무 저항감 없이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기존 스포츠 마케팅 노하우와 대기업 금융사로서 집약된 마케팅 기법 등이 상호적으로 맞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오프시즌 슈퍼스타 영입보다는 내실을 다졌다는 인상이다.

“한화그룹 사훈이 ‘신용과 의리’다. 기존 선수의 공헌과 잠재적 가치를 확인하고 큰 변화를 주지 않으려 했다. 정착 초기 슈퍼스타 중심으로 큰 변화를 주면 팀 체재가 흔들릴 수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 위화감 없이 ‘케미(사람 사이 화학작용)’를 올리는 데 중심을 뒀다. 다만 이런 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슈퍼스타 영입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팀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언제든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다.

강현종 감독과 선수들. 라이엇 게임즈 제공


강현종 감독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약간의 실패가 있더라도 과감한 경기 스타일로 자신감을 얻고 한화생명의 일원으로서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게끔 팀을 만들자고 했다. 지난해 6위를 했고, 올해도 5위 안팎이다. 내심 올해는 2번째 시즌이기에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시즌 중이다. 욕심 같아서는 더 파격적인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인내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을 얘기해달라.

“3년 내에 국내 최고의 팀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일단 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그게 근간이 되어서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훈련에 몰입할 수 있다. 올해 5월까지 ‘e스포츠 센터’를 세우려고 한다. 선수들의 숙소이자 훈련소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안식, 커뮤니티 활동을 겸할 수 있는 복합소이다. 아울러 미디어 센터에서는 매체 인터뷰를 진행하고 여러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주전 선수와 2부, 3부(육성군)로 나눠 훈련을 하는 지원체계를 갖추려 한다. 선수 발굴이 매우 중요하다. 유명선수 위주로 리그가 꾸려지는 걸 방지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아카데미를 기획하고 있다.

정글러 ‘무진’ 김무진(우)이 한화생명에 입단한 뒤 박찬혁 부단장과 유니폼 전달식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e스포츠는 아직 비주류 문화로 여겨진다. 바둑이나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이 스포츠인가 의문을 가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바둑의 경우 멘털 스포츠로, F1 역시 레이서의 피지컬과 테크닉으로 경쟁하는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24시간 관찰해보면 다른 스포츠 못잖게 훈련 강도가 높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테크닉을 연마하다. 경기 직전 각성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을 짜기도 한다. 이런 것을 주류 문화로 끌어올리고 싶다.

우리는 행복하고 건강한 ‘웰니스(wellness)’를 추구한다. 선수들에게 급여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이 윤택해지게끔 돕고 있다. 공부를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하는 게 프로게이머라는 편견을 깨고 건강한 인식을 정착하고 싶다.”

■ 박찬혁 부단장 약력
2004 스포츠마케팅 박사
2005 오하이오주립대 포스트닥터
~2010 제일기획
2011~2014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IMC파트
2015~2017 한화이글스 마케팅팀 팀장
2018~현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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