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스에서는 화제가 됐던 매치업을 골라 해당 선수에게 직접 뒷 이야기를 들어보는 '스타2 리와인드' 코너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경기의 스크린샷과 그 때 그 때 선수들이 느꼈던 유불리나 관전 포인트 등을 짚어 팬들에게 소개하는 스타2 리와인드, 스타2를 잘 모르는 팬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복기해 보는 순서입니다. < 편집자 주 >
최근 경기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SK텔레콤과의 에이스 결정전에서 깜짝 카드로 등장한 '슈퍼테란' 이재호(웅진)가 이번 주 스타2리와인드 주인공인데요. 전진 병영으로 시작된 물 흐르는 듯한 운영에 '테러리스트' 정명훈(SK텔레콤)조차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GG를 선언했죠.
이 경기에서 승리한 웅진은 시즌 8승을 기록하며 KT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고, 이재호 또한 팀의 승리를 이끈 기쁨을 한껏 누렸다고 전했는데요. 사신으로 상대 본진을 정찰한 뒤 메카닉 병력을 몰고 나간 이재호, 이 경기의 핵심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이재호의 설명을 통해 짚어 보시죠.
▶ 포모스=이 경기에서 이재호 선수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이 없었을 것 같아요.
▶ 이재호=위너스리그에 들어오면서 여러 명이 에이스 결정전을 준비했어요. A가 이겼을 때 B가 나가고, A가 졌을 때는 C가 출전하는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어요. 제가 나가는 상황이 몇 안 됐는데 딱 상황이 돼서 나가게 됐죠.
▶ 포모스=오랜만에 나가는 에결이라 좀 걱정되거나 긴장되지는 않았나요?
▶ 이재호=긴장은 많이 됐어요. 제 플레이로 팀의 승패가 걸린 경기를 오랜만에 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긴장이 많이 되는 바람에 경기에서 실수도 하고 그랬어요.
▶ 포모스= 상대가 최근 잘하고 있는 정명훈 선수라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 이재호=명훈이가 그렇게 무섭게 보이진 않았어요. 일단 같은 종족 싸움이고, 같은 유닛으로 서로 싸우다 보니까 크게 위축될 필요가 없어요. 평소에 정명훈 선수의 경기를 봤지만 못 이길 정도로 잘하는 느낌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상대는 크게 중요치 않았어요.
전진 병영은 정찰을 위해 건설한 것?
▶ 포모스=상대 기지 근처에 일찍부터 전진 병영을 건설했는데요.
▶ 이재호=정명훈 선수에게 맞춘 전략은 아니에요. 이 맵에서 쓸 수 있는 전략 중 한 가지로 준비를 해 뒀거든요. 딱 쓸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사용하게 됐었어요.
▶ 포모스=전략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맵도 영향이 있나요?
▶ 이재호=네오 플래닛S가 수정이 되면서 여러 부분이 바뀌긴 했어요. 그래도 그 맵에서 테란 대테란 경기가 나온 것을 다 찾아보면 거의 다 메카닉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메카닉 사용하기가 괜찮은 맵이기 때문에 전략을 사용할 수 있었죠. 명훈이는 메카닉을 잘 못하기 때문에 바이오닉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 전 버전에서는 정말 메카닉이 훨씬 더 좋았어요. 수정이 되면서 바이오닉도 할만한 구도가 그나마 된 것 같아요.
▶ 포모스=사신을 뽑았지만 큰 피해를 주기 보다는 정찰에 그쳤죠.
▶ 이재호=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어도 제가 유리한 상황이었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전진 전략을 했는데 막혀서 안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정명훈 선수처럼 먼저 가스를 캐면서 하는 플레이 자체가 전진 병영보다 불리한 빌드예요. 초반 빌드 상성 자체만 두고 봤을 때 제가 더 좋았고, 멀티도 더 빨랐기 때문에 더 유리하게 출발했죠.
역공은 막았으나 밤까마귀가 잡히는 순간 '아차' 싶었다고.
▶ 포모스=이후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타이밍이 굉장히 빨랐다고 하는데요.
▶ 이재호=이미 시작할 때부터 이긴 게임이라는 생각으로 했어요(웃음).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고, 자신 있었어요. 사실 제일 불안했던 건 처음에 사신이 막히고 난 다음에 명훈이가 역습을 왔을 때에요. 그 때 정상적으로 플레이 했다면 오는 걸 바로 되받아 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인구수가 한 번 막혀서 화염차가 홀수로 나왔어요(웃음). 원래 짝수로 나와야 되는데 그러는 바람에 마음이 좀 소심해졌죠. 그래도 그 타이밍을 넘긴 후로는 무난하게 이긴 것 같아요.
▶포모스=수비에 성공하자 빠르게 밤까마귀를 추가했는데요.
▶ 이재호=밤까마귀 자체가 수비에 사용하기도 좋고, 조합을 갖췄을 때도 강력함을 발휘할 수 있어요. 그래서 미리 뽑아 두는 경우가 많죠.
▶ 포모스=근데 정명훈 선수가 바이킹으로 밤까마귀를 잡아 버렸죠(웃음).
▶ 이재호=오랜만에 경기를 하다 보니까 인구수가 2번 정도 막혔고, 유닛 생산에 차질이 있었어요. 손이 긴장돼서 잘 안 움직였어요. 밤까마귀가 잡히는 손해를 봐서 다시 기세를 빼앗겼다 싶었어요. 그래도 워낙 초반 상황이 괜찮아서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었던 것 같아요.
늘어난 군수공장에 반응로 부착, 화염차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포모스=이어서 군수 공장을 늘리면서 화염차를 다수 모았는데요.
▶ 이재호=일단 명훈이가 인터뷰에서 메카닉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인터뷰를 했는데 방송에서는 바이오닉밖에 안 하더라고요(웃음). 그걸 노리고 준비를 했죠. 바이오닉을 하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어요. 상대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 나가든 다 맞춰 갈 수 있는 상황이었죠.
▶ 포모스=밴시도 적절한 타이밍에 합류해 공성전차를 줄여 주는데 큰 공헌을 했는데요.
▶ 이재호=다 준비가 돼 있었어요. 이미 그 때쯤에는 이겼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웃음). 사신으로 빌드를 봤을 때 60% 정도의 확률로 '이건 내가 이긴 게임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에 명훈이의 러시를 막았을 때는 70% 이겼다고 생각했죠. 센터 싸움에서 승리했을 때는 90% 이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전략을 이 맵에서 당해 봤을 거란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게다가 제가 마지막 세트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았어요.
▶ 포모스=그렇다면 이재호가 준비한 전략의 키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 이재호=전진 병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사신으로 상대가 어떤 빌드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 부분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뒤로 운영하는데 있어서 좋은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었죠.
적절히 등장한 밴시, 공성전차 라인을 무너뜨렸다!
▶ 포모스=이런 전략을 짤 때는 종족 별로 많은 논의를 거칠 것 같은데요.
▶ 이재호=연습실 자리가 종족 별로 붙어 있고, 뒤에서 코치님도 경기를 봐주세요. 전략은 1차적으로는 선수들끼리 빌드를 짜요. 좀 막히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코치님께서 덧붙여 주시는 편이에요.
▶ 포모스=이제부터는 정말 물 흐르는 듯한 운영이 가능했는데요.
▶ 이재호=확신이 들었어요. 병력 싸움도 이기고, 앞마당 멀티도 파괴하면서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고 생각했죠.
▶ 포모스=오랜만에 출전한 에이스 결정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더 기뻤을 것 같아요.
▶ 이재호=경기도 많이 못 나갔는데 딱 제가 이기면서 팀이 승리하게 되니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너무 기뻤어요. 예전처럼 자주 승리하다가 한 게임 이긴 기분이 아니었어요. 출전 횟수가 많지 않았는데 중요한 경기를 이기니까 더 좋았죠. 그 승리로 인해 팀이 1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도 굉장히 기뻤고요.
마무리에 성공한 이재호, 이번에는 선봉 출전이 예고돼 있다.
▶ 포모스=그렇다면 코칭 태프가 어떤 점을 보고 이재호 선수를 기용한 걸까요?
▶ 이재호=제가 SK텔레콤한테 유독 강했어요. 그 점이 가장 컸죠(웃음). 이번 시즌 동안 (노)준규가 테테전 승률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경험 많은 저를 기용하신 건 여러 가지 복합적인 면이 있었죠.
▶ 포모스=테테전 강자로 떠오른 노준규 선수가 항상 이재호 선수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데요.
▶ 이재호=준규는 제가 키웠죠(웃음). 빌드도 같이 짜 주고, 조언도 많이 해 줬어요. 제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어요(웃음). 예전부터 명운이랑 민철이도 많이 도와 줬는데 둘은 고마움을 몰라요. 하지만 준규는 명운이나 민철이, 저와는 달리 신인이잖아요. 저희 팀 테란들이 제가 오기 전부터 '웅테'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준규가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에 많이 못 나갔어요. 그런데 요새는 자주 출전하면서 이기는 모습을 보니 좋네요(웃음).
▶ 포모스=다음 경기에서는 선봉 출전이 예정돼 있는데요.
▶ 이재호=죽겠어요(웃음). 스타1처럼 스타2에서 프로토스 전을 못하진 않는데 좋아하는 종족전은 아니에요. 분명히 코치님께서 다른 종족을 붙여 준다고 하셨는데 그 맵에서 세 번 다 프로토스 전밖에 안 했어요. 전 계속 프로토스만 만나게 되니까 좀 지겨워요. 게다가 올킬한 (윤)용태 형 때문에 자극도 되고요. 뭐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 그래도 프로리그는 프로리그라고 느낀 게 아무리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선수들도 프로리그에서는 허무맹랑하게 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 포모스=그럼 진짜 올킬 기대해 봐도 되는 걸까요?
▶ 이재호=진짜 올킬을 해보고 싶어요. 삼성전자 전에서도 제가 선봉으로 한 번 나갔는데 당시에 (송)병구 형과 만났거든요. 바로 직전에 병구 형이랑 경기를 하고 또 만났는데 서로 전략을 들고 나온 거예요. 상극으로 맞물리는 바람에 항복 선언만 하고 나왔어요. 진짜 허무했죠(웃음). 이번 경기에서는 전략을 준비하더라도 그 때처럼 허무하게 엇갈리지 않도록 잘 준비하려고요. 제 목표는 일단 2킬인데, 2킬을 하고 나면 욕심이 생길 것 같아요. 위너스 리그를 보면 2킬을 달성하게 되면 3킬도 하고, 올킬도 할 수 있더라고요. 시즌 초반인데 벌써 올킬이 여러 번 나오니까 못하는 선수들이 이상하게 보일 지경이에요(웃음). 저도 꼭 올킬을 해보고 싶어요. 열심히 준비할게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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