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라운드 2주차 경기에서 생애 첫 올킬에 성공해
포모스에서는 화제가 됐던 매치업을 골라 해당 선수에게 직접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스타2 리와인드' 코너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경기의 스크린샷과 그 때 그 때 선수들이 느꼈던 유불리나 관전 포인트 등을 짚어 팬들에게 소개하는 스타2 리와인드, 스타2를 잘 모르는 팬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복기해 보는 순서입니다. < 편집자 주 >
5연패의 부진에 빠졌던 CJ가 최근 다시 4연승을 달리며 순위를 단독 3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김정우-김준호-신동원은 물론 신예 프로토스인 변영봉까지 2킬을 기록해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죠.
특히 신동원은 이번 시즌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데요. 지난 2주차 경기에서는 STX의 신대근-이신형-조성호-김성현을 꺾고 생애 첫 올킬을 달성했습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이신형과의 경기를 신동원과 함께 나눈 이야기로 다시 감상해 보시죠.
▶ 포모스=올킬한 이후 팀원들과 코칭 스태프의 반응은 어땠나요
▶ 신동원=저는 올킬을 할 줄 몰랐는데, 오히려 팀원들은 할 것 같았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들 엄청 담담한 반응이라서 조금 놀랐어요. 감독님께서는 한 세트가 끝날 때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라고 하셨어요. 올킬을 하고 나서는 "감 살아있네"라고 한 마디 하셨구요(웃음). 박시현 코치님도 칭찬 많이 해주시고, 진짜 좋아하셨어요.
▶ 포모스=두 차례나 팀의 선봉으로 출전했는데요. 선봉으로 나설 때 뭔가 조금 다른가요
▶ 신동원=아무래도 상대를 미리 알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준비를 더 많이 할 수 있고, 든든한 팀원들이 뒤에 있기 때문에 부담도 적어서 경기가 잘 풀려요. 또 제가 선봉전만 좋게 끊어준다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으니까요.
▶ 포모스=첫 번째 선봉에서는 1킬 밖에 못했는데, 이 경기에서는 올킬을 기록했어요
▶ 신동원=첫 선봉 때는 정말 첫 경기만 보고 연습을 했어요. 뒤에 경기는 거의 준비하지 않고요. 첫 경기만 잡으면 이후에는 손가는 대로 하면 잘 풀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때는 다른 맵들도 몇 판 연습을 했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바퀴소굴과 함께 땅굴망을 건설하는 신동원.
▶ 포모스=이제 경기를 보도록 하죠. 정찰 없이 바로 선부화장을 갔어요
▶ 신동원=요새 트렌드도 그렇고, (이)신형이 스타일을 생각해도 '생더블' 할 것 같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그가 '6못'을 하던 '10못'을 하던 모조건 막히기 때문에 저도 부유하게 가는 스타일로 준비했죠. 그래서 선부화장에다가 가스를 먼저 채취한 다음에 산란못을 올렸어요.
▶ 포모스=저글링 견제와 함께 번식지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는데요
▶ 신동원=제가 애초에 땅굴망 전략을 쓰려고 했기 때문에 건설로봇이 나가자마자 바로 가스에 일꾼 3기 넣고 번식지 업그레이드를 눌렀어요. 그 전에는 저글링 발업할 가스 100만 캐고 다 뺐었거든요.
▶ 포모스=저그들이 땅굴망 전략을 자주 쓰던데요. 어떤 장점이 있나요
▶ 신동원=일단 땅굴망을 통해서 기습하는 공격이기 때문에 상대가 눈치채기 어렵고, 여왕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테란이 밴시로 막기가 까다로워요. 3사령부를 먼저 가는 테란에게는 진짜 강한 전략이죠. 또 종족에 상관없이 유용하게 쓸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저그전 같은 경우에는 상대가 뮤탈리스크를 준비하면 몰래 땅굴을 뚫어서 러시를 갈 수 있고, 프로토스전도 땅굴을 통한 감염충 견제를 할 수 있어서 쓰면 쓸수록 굉장히 용도가 많아져요. 이번 경기에서는 초반 공격에 사용했지만, 중후반에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땅굴망 전략은 엄청 빡빡한 빌드예요. 어떤 건물을 약간 늦게 짓거나, 가스 10이라도 모자라면 완전히 빌드가 틀어져 버려서 매우 세세하게 준비해야 해요.
▶ 포모스=상대 앞마당과 본진에 연이어 땅굴벌레를 소환했어요
▶ 신동원=우선 바퀴 몇 마리로 상대의 시선을 앞마당 쪽으로 뺏은 다음에 본진에 새로 땅굴벌레를 지었어요. 그리고 밴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여왕을 먼저 넣으려고 여왕 생산을 준비죠. 땅굴이 뚫리게 되면 먼저 넣은 순서대로 나오니까요. 그래서 본진에서 여왕이 먼저 나왔어야 했는데, 미네랄이 많다 보니까 저글링을 많이 찍고 말았어요. 여왕이 더 빨리 나왔으면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워요.
▶ 포모스=그래도 계속해서 몰아붙였는데, 땅굴망 공격의 성과는 어땠나요
▶ 신동원=마지막 땅굴 벌레에서 바퀴가 추가로 나온 덕분에 어느 정도는 이득을 거둘 수 있었어요. 건설로봇을 많이 잡아서 할만 하다고 생각했죠. 일꾼 수도 제가 10기 더 많았고요. 이 이후에는 '뮤탈리스크나 감염충 중에 아무 것이나 가도 이기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이 제가 바퀴 7마리가 살았거든요. 바퀴를 믿고 좀 더 부유하게 갈 수 있고, 딱히 상대로부터 변수가 없어서 많이 유리했죠.
바퀴와 잠복 감염충으로 상대의 멀티를 견제하고, 저글링으로 시야를 확보한 신동원.
▶ 포모스=이후에는 운영을 어떻게 했나요
▶ 신동원=감염충이 뜨고 잠복 업그레이드가 되면 테란이 함부로 나올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감염충을 생산하면서 여왕으로 그 동안 하지 못한 점막 늘리기를 하고 있었어요. 또 대군주로 점막을 생성해서 테란의 멀티 타이밍을 늦췄는데요. 이때 대군주를 꼭 '홀드'시켜야 해요. 홀드로 고정시키지 않으면 해병에게 한 대 맞자마자 움직여버리거든요. 어차피 죽을 대군주이니까 조금이라도 타이밍을 더 뺏기 위해서는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홀드를 찍는 것이 좋아요.
▶ 포모스=그리고 소수의 바퀴와 감염충으로 멀티 타이밍을 한 더 늦췄어요.
▶ 신동원=이 장면을 옵저버가 잘 잡아줘야 했는데...(웃음) 감염충이 없는 척 바퀴로 연기를 한 다음에 바로 진균을 걸고 제압한 거예요. 원래 앞마당으로 가려고 했는데, 역시 (이)신형이가 상황을 잘 보더라고요. 앞마당에 미사일 포탑을 지어놨어요. 그래서 삼땡이에 사령부가 늦게 안착했으니까 뭔가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컨트롤이 깔끔하지 못했던 것은 많이 아쉬워요. 진균을 4번 쓸 수 있었는데, 진균 한 번에 묶일 병력에 또 진균을 쓰고 말았어요. 골고루 썼었으면, 병력을 더 많이 잡을 수 있었을 거예요.
▶ 포모스=경기의 주도권을 잡으니까 8가스 확보하고 바로 군락을 준비하네요
▶ 신동원=감염충 테크트리를 타면 8가스 확보가 엄청 중요해요. 뮤탈리스크를 생산했으면 힘 싸움을 하기 때문에 멀티 하기가 쉬운데, 감염충은 한 번 잘못하면 '훅'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점막 생성을 8가스 쪽으로 쭉 늘려줘야 하죠. 이번 경기에서는 초반에 상대에게 피해를 줘서 조금 수월하게 부화장을 건설했어요. 돈이 남아서 빨리 지었죠(웃음). 감염충만 조금 더 충원해서 상대 공격에 대비하고, 바로 군락을 올렸어요.
▶ 포모스=그래서 그런지 공격 유닛은 얼마 되지 않아요
▶ 신동원=스타1 같은 경우에는 애벌레가 3개로 한정돼 있어서 최대한 빨리 회전을 시켜줘야 했는데, 스타2는 여왕을 통해서 애벌레를 늘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생산 건물이나 테크트리를 올리면서 병력은 상대에 맞춰서 뽑는 편이에요. 애벌레를 미리 늘려 놓기만 하면 감염충으로 진균을 뿌린 다음에 충분히 수비 병력을 생산할 수 있거든요. 돈이 충분히 있어도 바로 뽑기 보다는 천천히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죠.
▶ 포모스=그런 상황에서도 저글링으로 시야 확보를 빼놓지 않았네요
▶ 신동원=제가 스타1 때부터 이런 습관이 잘 들어있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맵 양쪽의 시야를 최대한 밝히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1시에서 나오는 의료선은 보고, 3시 쪽으로 오는 의료선은 보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앞마당 수비보다는 상대의 진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세 번째 멀티에 병력을 집중시켰어요. 그런데 그냥 의료선을 막으러 갈걸 그랬나 봐요. 생각보다 병력이 적더라고요(웃음). 바퀴 소굴이 깨지긴 했지만, 어차피 이제 쓸 일이 없어서 그다지 큰 타격은 아니었어요.
▶ 포모스=무리 군주가 나오자 1차 공격을 펼쳤는데, 경기를 끝내지는 못했어요
▶ 신동원=무리군주가 나오는 순간 전진 병력은 다 잡겠다고 생각했어요. 해병이 아무리 많아도 감염충과 맹독충이 있기 때문에 바이킹 없이는 막기는 힘들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때 실수를 한 것이 본진과 멀티에 있는 여왕을 5기 전부를 데려가 버렸어요. 그랬으면 안됐는데, 끝내려는 욕심이 강했어요. 그래서 이후에 생산에 조금 차질이 있었죠. 처음에는 정말 끝날 줄 알았거든요. 끝까지 막힐 줄 몰랐죠. 그런데 테란이 3-3업이 되는 순간, 해병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재빨리 여왕을 생산했어요.
▶ 포모스=공격이 실패해서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 신동원=아뇨,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일단 상대가 자원이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감염충이 많이 살아서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물론 제가 여왕을 데리고 가는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애벌레 펌핑'을 해서 더 빨리 이길 수 있었을 거예요.
▶ 포모스=결국 다시 한번 병력을 모아서 경기를 끝냈네요
▶ 신동원=3-3업을 기다리면서 무리군주와 맹독충을 계속 모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진짜 여왕을 데려가도 될 것 같아서 같이 갔어요(웃음). 업그레이드에서도 뒤지지 않았고, 상대가 바이킹이 없었기 때문에 절대 질 수 없는 전투였어요. 조합에서 제가 정말 유리했으니까요. 게다가 탱크의 공성 모드가 풀려있어서 더 압도적인 전투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 포모스=이날 세레모니는 어떤 의미인가요
▶ 신동원=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하는 '살아있네'를 따라 한 거예요. 특별한 뜻은 없는데요. 요새 팀원들이 자주 하거든요. 3세트 경기가 끝나고 하이 파이브 할 때도 팀원들이 다들 "살아있네, 살아있네"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경기가 다 끝나고 문뜩 생각이 나서 하게 됐어요.
▶ 포모스=승자 인터뷰에서 주장 신상문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는데요
▶ 신동원=이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패할 때나 침체됐을 때 (신)상문이 형이 옆에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요. 그리고 제가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형이자 선배이기도 하고요. 평소에도 항상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프로게이머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제 마음을 다독여주고, 자신감도 많이 실어줘요.
▶ 포모스=멋지네요. 이제 인터뷰가 끝났는데요. 끝으로 소감과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 신동원=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경기를 다시 보니까 조금 더 깊게 파고든 것 같아요. 제가 실수한 것들도 잘 보이고요. 앞으로 그런 점을 고쳐가면서 더 재미있고, 잘하는 경기를 하도록 노력할게요. 저희 팀 서포터즈 분들이 정말 열정적이고, 대단하세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그에 보답하고 위해서는 제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만 응원해주시면,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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