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게임만 하던 백수에서 최고의 LOL 게이머로 발돋움하기까지
소환사 이야기에 장건웅이 등장했다!
드디어 아주부 프로스트의 '웅' 장건웅이 '소환사이야기'에 떴다! 한국 최강의 탑솔에서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을 변경한 장건웅은 한국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절대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선수 중 하나다.
MiG 시절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멤버 교체를 거쳐 지금의 아주부 프로스트가 되기까지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 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답한 장건웅의 LOL 이야기. 과연 장건웅의 목표와 꿈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인사하게 됐는데요. 간단한 인사부터 전해 주세요."
"저한테 얽힌 이야기가 워낙 많아요. 민감한 문제들도 많은데 이렇게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해요 못다한 말도 다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원거리 딜러로 포지션을 변경한 뒤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바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장건웅은 최근 근황에 대해 "원딜처럼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시들었던 열정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포지션에 잘 적응한 듯했다.
초창기 MiG 시절 팀을 구성하기도 했던 장건웅은 멤버 변경을 거쳐 지금의 5명이 모이게 된 것에 대해 "팀원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북미 서버에서 게임을 할 때 한국 유저들이 적었어요. 영어로밖에 대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글 패치를 통해 따로 모이는 유저들도 있었죠. 저도 그 중 하나였어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따로 채널을 구성했고, 거기에 있던 5명이 MiG 프로스트가 됐죠."
그렇게 모인 5명이었지만 '로코도코' 최윤섭이 팀을 나가면서 한 차례 성장통을 겪었다. 원거리 딜러의 공백을 채우게 된 장건웅의 플레이는 팬들의 지탄을 받았고 '샤이' 박상면도 초창기에 생각만큼 성적을 내주지 못했다.
"한 차례 멤버가 변경 됐잖아요. 이젠 지금 있는 5명이 안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보다 마음이 잘 맞고, 편하고 잘하는 팀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세요. 어떻게 이렇게 팀원들끼리 잘 맞는지 모르겠다고 신기해 하시죠. 하늘이 주신 행운이라는 이야기도 하시고요."
MiG 시절과 달리 아주부의 스폰을 받으며 지내고 있는 지금, 많은 점들이 달라졌다. 단칸방에서 지내던 시절은 이제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았다. 컴퓨터 6대가 놓인 곳에서 서로 부대끼며 연습을 하던 시절엔 잠잘 곳도 부족했다. 컴퓨터 책상 아래에서 새우잠을 잤지만 '헝그리 정신'은 투철했다.
"그 때는 순수하게 게임을 잘 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어요. 지금은 개인방도 생기고 숙소도 넓어지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들을 많이 갖게 돼요. 평범한 일상에 좀 더 가까워졌지만 단칸방에서 지낼 때가 더 재미있었어요. 요새는 그 때가 많이 생각나요."
옥상에서 기르던 상추, '봄이 오면 다시 씨앗을 뿌려야죠'
5명이 옹기종기 모여 지내던 단칸방 옥상에는 조그마한 텃밭도 있었다. 상추를 키우는 모습을 찍어 올리기도 했던 장건웅은 "가족들이 열심히 키우고 있다"며 집에 갈 때마다 종종 들러 둘러 본다고 말했다.
"요새는 추워서 키우기 어려워요(웃음). 봄이 되면 또 씨앗을 새롭게 뿌려야죠. 전에는 팀원들이 옥상에 올라가서 돌보곤 했는데…."
생각해 보니 단칸방 시절의 에피소드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당시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최윤섭은 밥도 서양식으로 챙겨 먹고 싶어했다. 장건웅은 자주 코스트코에 가서 베이컨을 사왔고, 계란 후라이 하나를 하는데도 최윤섭만의 철칙이 있었다.
"계란 후라이는 베이컨 기름에 해야 된다는 거예요(웃음). 밥은 한 상에서 같이 먹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는데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먹곤 했죠.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으면 맨밥만 두 그릇 퍼 먹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있었는데 윤섭이도 나중에는 저희와 같이 밥을 먹었죠."
당시에는 취사병 출신이었던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가 든든한 엄마처럼 느껴졌다. 요리도 잘 하는데다가 설거지도 도맡아 처리했다. 닭볶음탕과 찌개 등 모든 요리를 다 잘했던 이현우 때문에 식탁이 한결 풍성해졌다.
이후 온라인으로 연습하던 블레이즈도 이따금씩 숙소에 들러 같이 지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설거지 당번을 골라 뽑았고, 한 번은 '러스트보이' 함장식이 설거지를 하게 됐다. 채 10개가 되지 않는 그릇을 설거지 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장건웅은 "그 이후로 장식이는 설거지에서 제외 됐다"며 "일부러 못하는 것 같진 않은데 설거지를 그냥 못한다"고 팀원을 향한 매서운 일침을 날렸다.
그렇게 헝그리했던 시절이 지나고 나서 아주부와 계약을 하게 됐다. 현재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아주부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의 숙소는 9층과 5층으로 나눠져 있다.
"게임하기에 굉장히 편하죠. 이모님께서 해주시는 밥도 맛있고요. 무엇보다 주변에 오락시설이 없어서 딴짓을 할 수가 없어요(웃음). 밤 늦게까지 하는 식당도 거의 없어서 그냥 게임에 집중하기 좋은 장소예요."
현재 살고 있는 숙소에서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건들이 있었다. 칫솔을 쓰면 캡을 닫아놓는 버릇 때문에 홍민기와 두 달 동안 같이 칫솔을 쓰기도 했다.
"제가 당한 건데 민기가 더 억울해 하더라고요. 새 칫솔인 줄 알고 사용했다고 하면서 말이죠(웃음). 그냥 귀여웠어요."
상금을 받는데 그쳤던 전과 비교해 보자면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이제는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고, 게이머들이 편하게 연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졌다. 지금 환경에 만족하지만 이따금씩 단칸방 시절이 그리워진다.
"아쉬운 게 있다면 단칸방 시절에 느꼈던 우애는 많이 못 느낀다는 점이죠. 그 때 오히려 더 나눠 먹고 챙겨줬던 것 같아요."
팀을 처음 만들었을 때 팀원들 개개인은 흔히 말하는 '솔랭 고수'에 지나지 않았다. 팀 게임과 혼자 하는 게임은 엄연히 달랐고, 모두들 부족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스프링 때 MiG 프로스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최윤섭의 힘이 컸다.
"윤섭이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연습도 잡아주고, 팀원들의 궁금증을 대신 해소해줬죠. 영어로 물어봐 주기도 했고, 윤섭이 자체가 이론에 굉장히 빠삭한 편이었어요. 본인이 잘 모르는 포지션이라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뛰어났거든요. 여러 가지 물어보면서 연구할 수 있었고, 제 게임의 기반을 굉장히 많이 잡아주는 계기가 됐죠. 팀원들도 동의할 거예요. 게임에 관해서 윤섭이가 정말 프로페셔널 했거든요. 지금도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팀의 픽밴을 짜는데 있어서 최윤섭의 공헌 또한 컸다. 이론에 능통했기 때문에 가장 큰 부분을 담당했다. 최윤섭이 팀을 나가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픽밴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머 시즌을 거치며 많이 해소됐다. GSG에게 처음 패배했을 때도 많이 걱정했지만 서로 격려하며 이겨냈다. 이제는 모두가 픽밴에 관여하고 있다.
롤드컵 무대 경험, 'TAP에게 졌지만 얻은 게 많아요'
서머 시즌을 마친 뒤 나가게 된 '롤드컵'은 좋은 경험이 됐다. LOL 시즌2 월드 챔피언십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열정적인 팬들로 인해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외국 팬들은 부담 없이 선수에게 다가와서 악수를 해달라고 해요. 지나가기만 해도 환호해주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죠. 굉장히 열정적인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팀원들 모두 롤드컵 때문에 미국에 처음 가게 됐다. 부스 없는 야외 무대에서 경기를 하게 된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지만 소음 방지 헤드셋을 쓰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준비가 굉장히 잘 돼 있었던 것 같아요. 야외 무대여도 부스 안에서 경기 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조용했어요. 무대도 정말 멋있었고요."
경기 결과는 다소 아쉬웠지만 많은 것들을 얻었다. 아주부 프로스트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패배를 토대로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됐다.
"우승했으면 가장 베스트였겠죠. 하지만 TPA에게 져서 얻은 것도 많았어요. 결승 무대를 밟아본 것도 좋은 경험이었고, 그런 식의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도 처음 깨달았어요. TPA와의 경기를 토대로 더 완성도 있는 팀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전 '배틀로얄'에서 TPA가 많이 졌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가레나 프리미어에서 TPA는 32승 1패를 거뒀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었어요. 저희가 8강에서 TSM을 뽑았는데 사실 팀원들은 TPA를 뽑으라고 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희가 TPA를 먼저 만났다면 졌을 것 같아요."
재미있는 세리머니도 화제가 됐다. 아직까지도 '플짤'로 돌아다니고 있는 '탕탕탕빵' 세리머니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너무 심한 중압감 속에서 나온 세리머니에요. CLG.EU와의 4강 무대에 대한 부담감도 컸고, 원딜로서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보니 힘들었어요.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쳤는데 한 번에 탁 풀렸고, 저도 모르게 그런 세리머니를 하게 됐죠. 지금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만큼은 아니에요. 계획하고 있는 세리머니는 따로 없어요. 계획한다고 세리머니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 때만큼 '대박 세리머니'는 안 나올 것 같아요(웃음)."
홍민기의 손을 꽉 잡은 장건웅, 항상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로스트이지만 사건, 사고 또한 많았다. LOL 시즌2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치팅 사건'으로 인해 벌금을 물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판명난 문제이고, 벌금도 이미 물었기 때문에 더는 하고 싶은 말이 없어요. 벌금 같은 경우에는 팀원들이 다같이 나눠서 냈어요. 저 혼자 벌금을 물겠다고 했는데 팀원들이 먼저 '같은 팀인데 그건 아니다'라고 말해줬죠. 벌금도 벌금이지만 팀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 같아서 속상해요. 그래도 같은 팀이니까 함께 짊어지자고 팀원들이 말해줘서 고마웠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자신보다 더 영향을 받는 팀원들을 보면서 마음을 굳게 다졌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팀원들이 더 영향을 받아요. 제가 조금 흔들린다 싶으면 팀원들은 더 마음에 동요가 이는 거죠. 그러다 보니 제 멘탈이 굉장히 단단해졌어요. 이제는 좋은 이야기를 해줘도 조금 무덤덤해 진 것 같아요. 대신 팀원들이 칭찬해 줄 때가 가장 좋더라고요."
팀원들은 장건웅이 힘들어 할 때마다 큰 힘이 되어 줬다. 현재 같이 바텀 라인에 서고 있는 '매드라이프' 홍민기 또한 장건웅이 많이 고마워하고 있는 팀원이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홍민기 선수의 손을 잡곤 하는데요. 그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파트너로서 감사하는 마음에 손을 잡았어요. 저에 대한 말이 여러 모로 많아요. 원딜로서의 재능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민기가 항상 옆에서 부족한 점을 지적해 줘요. 여러 가지 신경 써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죠. 그런 부분들이 합쳐져서 그런 것 같아요. 민기가 절 잘 챙겨주다 보니까 고마운 마음에 손을 잡은 거죠."
최근에는 봇 듀오인 장건웅과 홍민기의 호흡이 한층 더 잘 맞아가고 있다. 전보다 더 '봇 듀오'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기에 한결 힘이 난다.
"요즘은 게임이 잘 풀리는 편이에요. 연습 때나 솔로 랭크 때나 다 비슷해요. 좀 더 바텀 듀오 같은 느낌이 생기고 있어요. 사실 이게 정상이죠(웃음). 감독님께서 전에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포지션을 바꾸게 되면 힘들겠지만 넌 게임을 잘 하니까 잘 적응할 거라고요. 팀원들도 잘 다독여 주고 격려해줘서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어요."
게이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게이머를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결과론적으로 성적이 잘 나와서 일 수도 있지만 게이머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었다.
"게이머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지만 게임을 하면서 아쉬웠던 순간은 있어요. 스프링 시즌 때 좀 더 어른스럽게 게임했다면 0:3 스코어가 나오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런 자잘한 후회는 많죠."
게이머가 되기 전까지 장건웅은 2년 동안 집에서 놀고 먹는 백수였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 하에 학교를 관뒀다. 집에서 무작정 도타, 던전앤파이터, LOL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자고, 일어나고, 게임하는 나날이었어요. 제 침대와 컴퓨터가 30c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거든요. 배고프면 주방에서 알아서 챙겨 먹고, 졸리면 자고, 그 외의 시간은 모두 게임을 했죠. 하루에 LOL을 20게임 정도 했으니까요. 일주일 동안 밖에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게임을 했어요."
이런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부모는 흔치 않을 것이다. 장건웅 또한 건축업을 하시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밖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막노동 판에 아들을 던져 놨고, 장건웅은 하루 종일 일했지만 돈 한 푼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수성가 하신 분이라 집에서 편히 놀고 있는 걸 보고 계시지 않았죠. 아버지 회사에 끌려 나가서 막노동 판에서 종일 일을 했는데 돈을 못 받은 적도 있어요. 그래도 어머니께서 많이 응원해 주셨어요. 게임이라도 열심히 해보는 게 좋다고 밀어 주셨는데 아버지는 굴하지 않으셨죠(웃음)."
그랬던 엄한 아버지도 지금은 아들의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 보며 자랑하는 열혈 팬이 됐다.
"제가 그렇게 유명한 건 아닌데 너무 많이 자랑하셔서 부담스럽기도 해요.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일 뿐인데 아버지께서 뿌듯해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기분이 좋죠."
장건웅에게 지금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2011년 10월 17일이다. 단칸방 숙소에 입성하던 날, 각자 컴퓨터를 들고 와 연습을 시작했다. 컴퓨터 책상도 갖춰지지 않아 이불을 덮고 누워서 이야기했다. 미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밥만 축내던 존재에서 뭔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 들었던 거죠."
그 동안 받은 상금은 아버지께 모두 드렸다. 월급으로는 팀원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고, 선물도 하는 편이다. 그 외로 큰 돈이 생기면 사업 자금으로 쓰시라며 모두 드렸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고맙다'는 말이 전부였지만 아들로서 마음이 뿌듯했다.
"혹시 알아요? 나중에 집 한 채 주실지…."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아주부 프로스트, 아직 목표는 남아 있다
모두들 아주부 프로스트를 두고 국내 최정상의 팀이라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프로스트는 달려나갈 일만이 남았다.
"앞으로 프로스트는 차후 1, 2년 안에도 무조건 4강 안에 들 것 같아요. 요새 드는 생각인데 이 게임은 하면 할수록 뭔가 더 나와요. 제 스스로 느끼기에도 게임 보는 눈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토대로 팀원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거고, 그러다 보면 더 발전할 수 있겠죠? 앞으로도 잘 될 것 같아요. 바람이자 예상이죠."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는다. IEM 카토비체에서 아주부 프로스트는 서포터를 제외한 4명이 '란두인의 예언'을 구입했고, 단단함을 꾀했던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했다. 팬들은 이를 두고 지나치게 방템에 의존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제가 처음 산 다음에 모두들 연달아 구입했죠. 사실 그 때 다들 스킬 데미지는 어느 정도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방어적인 아이템을 많이 사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죠. 그런데 어떤 아이템으로 나눠 사자는 이야기가 안 나왔고, 모두들 그냥 '란두인의 예언'만 사게 됐어요. 사실 아이템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갔다면 나았을 거예요. 훨씬 좋은 경기가 나왔겠죠. 란두인 4개는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이었어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인한 결과였죠."
원딜로 방템을 간다는 점에서 장건웅은 비판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장건웅은 "아이템 효율이 좋은 것도 좋은 거지만 맞으면서 딜을 한다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생각을 털어 놨다.
"시즌3가 되면서 원딜이 약해졌고, 아이템도 비싸졌어요. 효율이 안 좋아진 부분이 있죠. 그래서 방템을 가서 지속적인 딜을 해보자는 말을 했어요. 잘 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대회에서 썼는데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다른 사람들은 원딜답게 맞지 않고 피하면서 딜을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죠. 하지만 앞에 서서 데미지를 어느 정도 흡수하면서 딜을 할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프로스트와 더불어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블레이즈 또한 한국 LOL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나진과 아주부가 한국 LOL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팀은 지금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많이 치고 올라올 것 같은 팀은 GSG예요. KT 롤스터B와 MVP 화이트도 주목하고 있어요. GSG는 '천주' 최천주 선수와 '클리어' 김재열 선수가 포지션을 맞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동적이에요. MVP 화이트는 '임프' 구승빈 선수가 굉장히 잘해요. 서포터와 좀 더 호흡을 맞춘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
3번째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장건웅은 2012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대회이다 보니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해서 승리하겠다는 마음만큼은 변함 없다. 2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는 장건웅의 3번째 결승전은 어떤 모습일까?
"전에는 자존심을 많이 생각했어요. 스프링 결승 때는 자존심 때문에 서로 인정하지 않고 많이 싸웠죠. 이젠 결승이란 목표가 있으니 개인의 자존심보다 팀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서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문제점도 지적해 주곤 하죠."
게이머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 또한 남아있다. 모두들 LOL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예상 밖의 답변이 나왔다.
"롤드컵 우승이라는 거대한 타이틀도 좋지만 소박한 목표가 있어요. 그냥 현재의 팀원들과 싸우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팀원들끼리 잘 지내야 성적도 더 잘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장건웅의 새해 소망은?
게임은 장건웅에게 있어서 '나를 가치 있게 해주는 수단'이었다. 돈은 별개의 문제였다. 집에 있으면서 게임만 열심히 했고, 그 시간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노력했다.
"강민 형이나 박정석 감독님처럼 우승 타이틀을 안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독과 코치도 해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 보고 싶거든요. 좀 더 노력하면 이런 꿈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새해 소망은 '팀원들과 워크샵 가기'로 적었다. 개인적인 소망은 좀 더 건강해지고 싶다. 건강해야 게임을 더 오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있으면 차가 생기는데 감독님, 코치님, 팀원들과 함께 놀러 가고 싶어요.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거든요. 그게 소박한 제 새해 소망이에요."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을 묻자 장건웅은 "길어도 괜찮아요?"라고 먼저 물어왔다.
"게이머를 하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커뮤니티에서 이런 저런 문제도 일으켰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말도 더 잘하게 됐고, 규칙적인 생활도 하고 있죠. 게이머를 하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해요."
팀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모양인지 한참을 쏟아냈다.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를 통틀어 고맙지 않은 팀원이 없다.
"팀원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민성이는 제 거울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화를 내면 덩달아 화를 내요(웃음). 민성이를 보면서 좀 더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민기는 워낙 애가 순하고 수동적이라 뭔가 알려주면 잘 해요. 저에게 인내심을 키워준 친구예요. 현우형은 감독님 다음으로 제게 신경을 많이 써주고, 변화 시켜 줬어요. 상면이는 제게 "LOL 게이머로서 형만큼 대단한 사람을 본 적 없어요"라고 말해준 고마운 동생이죠. 원딜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실패한 탑솔이라고 생각했던 제게 힘을 줬어요. 탑에서 1:1을 많이 하기도 했고, 서로 의견도 많이 냈죠. 잘 따라와주고 성적도 잘 내줘서 좋았어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매력이 있기도 하고요.
블레이즈 애들도 똑같아요. 장식이 같은 경우는 제가 원딜로 포지션을 바꾸자 많은 부분을 알려 줬어요. 형우는 말이 없는 편인데 플레이로 많이 보여주는 스타일이에요. 케이틀린을 전혀 할 줄 몰랐는데 보고 많이 배웠어요.
찬용이는 게임에 한해서 잔인한 스타일이에요. 정말 솔직하게 "형 그거 진짜 못했는데?"라고 말하는 편이에요. 전 그런 평가가 더 좋아요. 찬용이가 올라운더라 여러 모로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요. 동진이는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활력이 느껴져요. 호종이는 애교도 잘 떨고, 말도 귀엽게 하죠.
처음 감독님께서는 게임을 배우려고 저희를 만나셨어요. 해설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아는 사람이 소개해준 거죠. 시작을 도와주신 감독님 덕분에 지금의 저희가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은 항상 저희 때문에 성공했다고 하시는데 반대라고 생각해요.
손 코치님은 MiG 시절부터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때는 저희 팀 코치도 아니었는데 '고문'이라고 하시면서 멘탈을 많이 다잡아 주셨죠. 지금도 코치로서 굉장히 잘 챙겨 주시기 때문에 감사 드려요."
장건웅의 긴 인터뷰는 드디어 끝이 났지만 아주부 프로스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3번째 결승전을 앞둔 아주부 프로스트,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길 기대해 본다.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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