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박상진의 e스토리] 올림픽 3연속 금메달, 진종오가 말하는 멘탈 관리와 e스포츠 이야기

Talon 2020. 8. 19. 08:42


지난 5월부터 LCK 프랜차이즈 도입을 앞두고 이에 도전하는 많은 팀과 인터뷰를 위한 대화를 나눴다. 팀들은 모두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팀과 LCK의 더 큰 성장을 위한 계획을 전했고, 각자 자신의 비전과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중 얼마 전 진행한 브리온 e스포츠 임우택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했다. 소속팀인 하이프레쉬 블레이드 소속 선수들에 관한 소식이었는데, 브리온 e스포츠 셀럽 투자가 중 한 명인 서울 시청 소속 사격 선수이자 올림픽 3연속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 선수의 강연을 들은 선수들의 행동과 마음가짐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

진종오 선수는 하이플레쉬 블레이드 선수단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했다. 사격 종목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선수가 e스포츠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그리고 게임을 훈련 방법으로 쓰는 진종오 선수는 e스포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그리고 이번 기회에 평소에 궁금했던 진종오 선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진을 해봤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전 방송을 통해 훈련 방법으로 게임을 활용한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게임을 실제로 얼마나 하는지, 그리고 게임의 어떤 부분을 훈련 방법으로 사용했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FPS 장르 게임을 좋아해서 그 위주로 즐겼습니다. 가끔 기분 전환을 하는 정도고, 새로운 게임이 나왔을 때 단기간에 집중해서 하는 정도입니다. 가상에서 총을 쏘는 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하고 싶어서 FPS 장르 게임을 자주 하는 거 같네요. 방송에 나온 리그 오브 레전드는 스타크래프트와 조작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많이 즐기는 게임이라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집중력이 중요한데, 게임을 할 때는 누구나 집중하니까 그 점을 연결해서 생각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포지션에 상관 없이 다양한 챔피언을 했고, 이름이 기억은 잘 안나는데 도끼를 든 챔피언을 자주 했습니다. 아마 도끼를 두 개든 챔피언이었을 거에요.

그럼 올라프였을 거 같네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 중에 총을 사용하고 심지어 이름이 '진'인 캐릭터가 있는데 혹시 해보셨나요
진을 알고 있는데, 실제로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제 성을 이름으로 가진 챔피언이 총까지 사용한다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하겠다는 생각은 했죠. 우연이기에는 신기한 일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외에도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FPS 게임도 즐기신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실제 사격 실력이 게임 내 사격에 큰 도움이 되던가요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다만 총이라는 도구 자체에 매력을 느껴 게임을 하다 보니 FPS에 눈길이 가는 건 맞아요. 초창기 시절에 나온 레인보우 식스 시절부터 즐겼고, 그때는 클랜에 들어가서 밤새 게임도 해봤어요. 그때부터 FPS 장르를 시작해서 배틀그라운드가 나왔을 때는 이 게임을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출시 초창기에는 저한테 중요한 대회나 일정이 없으면 후배들과 PC방에 가서 꽤 했었죠. 그러다 게임 내에서 전략적인 부분도 보이고, 사격 선수라는 점도 있어서 배틀그라운드 해설까지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게임을 좋아하는데, 소속사인 브리온 스포츠의 관계사인 브리온 e스포츠의 LCK 프랜차이즈 신청과 함께 박용택-김태균-김희철 등 다른 셀럽들과 함께 투자자로 나서는 계기가 된 거 같습니다
저는 스포츠 선수고, e스포츠 역시 스포츠와 깊은 연관이 있기에 브리온 e스포츠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이번 프랜차이즈를 통해 LCK, 그리고 e스포츠도 대중화될 거라는 믿음도 있었죠. 브리온 e스포츠가 누구보다 선수들에게 지원을 잘해줄 거라고 생각도 했고요. 처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했을 때 라이엇 게임즈 주식을 사고 싶을 정도로 예감이 좋았거든요. 실제로 사지는 못했지만요. 배틀그라운드도 초창기에 개발사인 펍지 주식을 사야 하나 고민했는데, 당시에는 비상장이라 그러지 못했습니다. LCK 프랜차이즈 소식을 듣고는 대중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브리온 e스포츠에 셀럽 투자가로 참여했죠.

이번에는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하이플레쉬 블레이드 멘탈 코치로 함께 하게 되었죠. 브리온 e스포츠 임우택 대표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진종오 선수의 강연을 들은 하이플레쉬 블레이드 소속 선수들의 행동과 마음가짐이 모두 바뀌었다고 합니다. 강연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네요
사람이라면 나태함을 꺾는 게 정말 힘들죠. 그런 마음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도록 매일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매일 목표를 정하고 그걸로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정할지, 그리고 그런 매일로 미래는 어떻게 만들지, 실패했을때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고 자신이 항상 최고가 아니라는 걸 자각하면서 만들어가는 삶의 계획표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자신이 주도적인 인생을 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러지 않고 자신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힘들 때 동기부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자세히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이런 방식으로 사격 인생을 만들어나갔죠. '출근했으니 일을 해야지'가 아니라 '출근했으니 무엇을 해야지'를,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해냈으니 내일은 무엇을 해내야지' 같은 마음가짐이죠. 자기 자신의 삶을 알차게 만들어나가는 법을 선수들에게 이야기 한 겁니다.
 


강연 내용 중에 인상깊은 부분이 있는데, 진종오 선수는 3연속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잖아요. 올림픽 금메달을 한 번 획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세 번 연속이라면 정말 사격에 있어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선수임에도 최고가 아니라는 마음을 갖기가 정말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정상에 올라도 거거기서 내려오는 건 한순간입니다. 자만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항상 마음속에 새겨놨죠. 언제든 나도 정상에서 내려올 테니 여기서 자만하고 좋아하지 말자는 거예요. 사격도 마찬가지죠. 이전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냈든 처음에 시작할 때는 같은 곳에서 시작합니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가 정말 고리타분하지만, 초심을 잃고 자만하는 순간 바로 최고의 자리는 끝납니다. 그래서 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으로 시합에 임하죠.

그리고 '창업은 쉬워도 수성은 힘들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마음을 다잡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요. 스포츠를 보더라도 쇼트트랙은 뒤에서 따라가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운영이 있고, 스피드 스케이팅도 경쟁자 없이 혼자 경기하는 거 보다 옆 레인 경쟁자가 있을 때 성적이 좋기도 하죠. 그만큼 선두에서 혼자 달려나가는 게 쉽지 않은데, 올림픽 한 번도 아니고 10년이 넘는 기간 최고의 자리에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리라기보다는 올림픽에 나갈 때마다 목표를 세웠던 거 같습니다. 첫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이 목표였고,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두 종목 우승이라는 욕심이 생겼죠. 두 종목 우승을 하고 나니 은퇴하기는 이른 나이라 한 번 더 우승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고요. 항상 명분을 만들었고, 누가 만들어준 명분이 아니라 제가 명분을 찾았습니다. 명분에 맞춰 삶을 꾸려나가 가능했던 일이라 봐요. 올림픽 금메달 한 번 땄다고 거기서 모든 걸 놓기는 어린 나이기도 했죠.

10년이 넘는 시간 항상 같은 경기력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죠. 슬럼프가 올 수밖에 없는데, 경기력 하락을 극복하면 슬럼프고 아니면 거기서 끝이죠. 진종오 선수는 경기력 하락을 슬럼프로 만들고, 이를 극복해 올림픽 3연속 우승을 달성했는데 이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야기한 대로 마음 다잡기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건 현실적인 부분인데,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슬럼프가 왔는데 극복하지 못하면 끝이니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저만의 습관을 만들었어요. 제 상황 하나하나 메모를 했습니다. 내가 나약해지는 부분, 내가 잘한 부분, 안되는 부분 모두 그 상황을 메모하고 문제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기록했죠. 그리고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예전 메모를 읽고 또 해결을 하고 그걸 메모하죠. 이러면 완전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도움이 되고, 힘든 상황에도 예전 메모를 읽어보면서 멘탈이 흔들리는 걸 막죠.

이야기를 들으니 경기 중 흔들리지 않는, 이른바 '튼튼한 멘탈'도 선수에게 중요할 듯합니다. 실수나 외부 요인으로 제대로 과녁을 못 맞추고, 두 번 정도 반복되면 심하게 흔들릴 거 같거든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갱킹 한 번에도 심하게 흔들리고, 연달아 당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도 흔히 말하는 던지는 플레이로 망치게 되니까요. 짧은 시간에 빠르게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훈련하시나요
제 총을 떠난 실탄에는 미련을 갖지 않습니다. 과거는 과거고, 지나간 일에 집착하면 딜레마에 빠지니까요. 실수하고 나서 혼자 자괴감에 빠지는데, 이미 지나간 일은 미련 없이 포기하려 합니다. 사격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니 남아있는 일을 잘 마무리 하면 되는 겁니다. 마지막 실탄까지 쏴야 결과가 나오는 거고, 초반에 안 풀린다고 흔들리는 건 그냥 포기하는 거죠. 모든 건 끝나봐야 아는 거고, 그런 생각으로 경기합니다. 일상에서도 이미 벌어진 일에는 집착하지 않고요.

진종오 선수의 멘탈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LCK 프랜차이즈 도입을 앞두고 선수 육성 방식도 예전과는 달라질 거 같아요. 선수 영입 위주가 아닌 육성 위주로 변화하고, 선수 육성 중에는 멘탈 관리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선수도 오래 활약하고, 게임단도 팀에서 육성한 선수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드니까요. 이런 면에서 과거 밴픽이나 기술 위주의 훈련과 더불어 멘탈 훈련도 중요해지고, 이러한 면에서 브리온 e스포츠도 진종오 선수의 경험과 노하우를 소속 선수에게 전달하기 위해 멘탈 코치로 초빙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선수의 경험이 e스포츠 선수에게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보는데, 진종오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야기한 대로 스포츠 선수나 e스포츠 선수 모두 멘탈 훈련의 방법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제 경험이 지금 성장하는 e스포츠 선수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거든요. 선수 첫 단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설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나 하는 부분에 있어 저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했다는 조언이 가능하죠. 이번 LCK 프랜차이즈를 앞두고 저뿐만 아니라 셀럽 투자가로 각 종목에서 청소년들의 롤모델인 분들이 많이 합류했고, 이들 모두 투자 외에도 브리온 e스포츠에서 선수들을 위해 도움을 줍니다.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는 거죠. 브리온 e스포츠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종목은 다르지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최근 커뮤니티의 비난 글이나 악성 댓글 문제가 크죠. 포털 사이트에서 스포츠 기사 댓글을 잠정 폐지할 정도고, 게임단에서도 이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할 정도입니다. e스포츠에서는 '페이커' 이상혁에 대한 악성 댓글과 메시지가 이슈가 되었는데, 이런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 외에도 선수들에게 강하게 마음을 가지라는 조언도 가능할 듯합니다
언젠가 선수들을 직접 보고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좋아할 수는 없고, 이유 없이 내가 마음에 안 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지 마세요. 스포츠 선수는 대중들이 바라보는 직업이기에 그 많은 사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까지 만족시키려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데 집착하면 잘하고 있던 것도 못 하게 되더라고요.

진종오 선수는 스포츠 사격 종목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그 과정에서 게임을 훈련 방법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e스포츠 선수들의 멘탈 코치로도 활동하고요. 이렇게 스포츠와 e스포츠 양쪽에서 활동하시면서 이 둘에 대한 이해도 상당하신데, 인터뷰를 마치며 스포츠와 e스포츠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올림픽에 있는 모든 종목이 처음부터 올림픽에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없던 종목이 들어오기도 했고, 있던 종목이 사라지기도 하죠. 첫 근대 올림픽과 지금의 올림픽 종목에 차이가 있고,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 기준으로 보자면 지금 종목 중에서 들어오기 힘든 종목도 있죠. 스포츠와 e스포츠를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죠. 그래서 저도 지금은 사격 선수지만, 향후에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올림픽을 만들 수 있도록 활동하고 싶습니다. e스포츠의 위치를 놓고 의견이 많은데, 저는 e스포츠도 스포츠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앞장서서 말하고 싶고요. e스포츠가 건강한 e스포츠로 함께할 날을 응원하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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