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민은 ‘철권’ 시리즈의 e스포츠화가 자리 잡은 이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로 이름을 알려 왔으며 현재 속한 DRX 철권 팀에서는 ‘샤넬’ 강성호, ‘인페스티드’ 박병호와 함께 대회 출전은 물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 선수 모두 e스포츠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인 30대라는 나이에도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글로벌 팬들 역시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철권’의 선수로 이름을 알린 것은 오래됐지만 군대를 다녀온 뒤부터 프로 활동 및 해외 대회 참가 등에 대한 욕심으로 프로를 지향했다는 ‘무릎’ 배재민은 ‘WCG 2010’에 철권6 부문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만 해도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3’와 같이 메이저 종목의 선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다 보니 부러움과 함께 위축도 됐었다고 당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후 EVO 대회에 지속적으로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겪으며 속상해하던 중 락스 게이밍을 통해 프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그때 함께 해주신 남궁일남 사무국장님(현 DRX 사업본부장)과 함께 팀 운영부터 대회 개최까지 다양한 상황을 함께 해왔으며 여러 선수들이 들어왔다 떠나는 가운데 현재 DRX에서도 이러한 동행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팀의 흐름도 소개했다.
‘EVO 2017’ 1차전서 게이머로서는 오스틴 크리드라는 이름으로 활약 중인 WWE 프로레슬러 제이비어 우즈와 대결했을 때 자신과의 대결에 “영광스럽고 만일 내가 이긴다면 가까운 주유소에서 모든 로또를 사버리겠다.”라는 글을 남긴 SNS를 보고서야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는 배재민은 “그 정도 되는 유명 인사라면 스스로를 과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라고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어 “경기는 물론 인터뷰나 사진 촬영 등 다양한 행사를 함께 하는 동안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어 고맙다는 감사 인사까지 들으며 저 역시 기분이 좋았다.”며 “이러한 사람과도 만날 수 있을 만큼 ‘EVO’라는 대회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랜만에 오프라인 대회로 치러진 ‘EVO 2022’에 대해서는 “1,200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참가하다보니 정신이 없었지만 3년 만의 대회다 보니 다들 좋은 분위기였고, 팀의 도움 덕분에 제대로 즐기면서 대회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진출 상황을 설명한 뒤 그동안의 한-일 라이벌 구도에 파키스탄이 새롭게 끼어든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2019 월드 투어 파이널서 다 제압당했음에도 여전한 도발적인 모습에 확실히 누를 필요를 느꼈고 이번 대회를 통해 성과를 내면서 오랜 숙제를 끝냈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칸’ 임란 칸과의 최종 결승전의 마지막 순간 칸의 캐릭터 기스 하워드의 레이지 아츠인 라쇼몽을 흘려내며 결정타를 날린 장면에 대해서는 “이미 상대는 패배가 유력했기에 어지간해서는 역전이 불가능해 제 방심을 노렸던 것 같다. 그렇기에 기술을 쓰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 함께 하는 것에 큰 의미 두는 ‘샤넬’
이 팀의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선수 시작 시기는 늦은 편이었던 ‘샤넬’ 강성호는 “배재민 선수의 개인 방송에 몇 차례 참석하다가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자신의 활동 계기를 설명했으며. “철권이라는 게임이 개인플레이가 중심이지만 다른 선수들이 무리를 지어 활동하는 것을 보고 같이 게임을 풀어가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혼자 활동하던 배재민 선수와 함께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이야기했다.
2018년 ‘EVO 저팬’을 통해 국제무대에 문을 두드리며 준우승을 차지한 뒤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상황서 3년 만의 오프라인 대회인 이번 ‘EVO 2022’의 출전과 관련해 “코로나 백신을 맞고 현지에서 먹을 음식까지 챙겨갈 만큼 의욕을 갖고 준비했다.”라고 설명한 뒤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던 것에 대해서도 “세 명 다 순위권에 들어갔으면 좋았겠지만 컨디션 같은 변수가 많기에 아쉬움은 남았다”라고 이야기했다.
7년 정도의 공백기를 거쳐 2020년 6월부터 다시 ‘철권’의 세계로 돌아온 ‘인페스티드’ 박병호는 “다시 ‘철권’을 손에 잡을 때까지만 해도 프로 선수에 대한 생각이 없었으나 조금씩 대회에 참여하며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겨 ‘샤넬’ 강성호 선수와 상담한 뒤 대회란 대회는 다 나가가며 실적을 남기고 면접도 보면서 결국 팀에 합류하게 됐다.”라고 자신의 팀 합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해 배재민 선수가 ‘레드불 쿠미테’ 대회에 초청을 받으며 함께 가게 됐는데 현장서 열린 최종 선발전을 통과하며 본 대회까지 출전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이야기했으며, 파캄람을 사용해 공동 9위로 경기를 마친 ‘EVO 2022’의 소감으로는 “입단 후 첫 ‘EVO’ 대회 참가인데 팀원들의 ‘첫 출전서 32강이나 16강 정도 가면 잘 간 것이다’라는 조언에 그 정도 성적을 목표로 삼고 갔는데 그 이상의 성적이라 만족스럽다.”라고 돌아봤다.
이러한 박병호의 활약에 대해 배재민은 “프로 경력이 짧아 긴장하는 경우가 많아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있는데, 저 역시 그랬던 때가 있었기에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물론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겠으나 지금까지 잘 따라와 주면서 실력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만큼 중압감 속에서 실력을 증명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 하나보다 둘, 둘보다 셋이어서 좋은 DRX 철권 팀
DRX 철권 팀의 멤버들은 서로를 챙겨준다는 면에서도 팀이라는 구성이 더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의 팀 구성에 대해 배재민은 “취미가 아닌 제대로 최고까지 가보자라고 생각했지만 저와 동년배인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며 결국은 동생들이랑 하거나 혼자 해내야 하는 입장이었다.”라며 “대전 격투 게임은 무조건 상대가 있어야 하다 보니 혼자서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강성호 선수와 함께 활동하다가 지금은 박병호 선수까지 함께 하게 됐다.”라고 그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어 “연습 상대가 많다는 것은 연습의 질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조금 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되어 세명 모두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 뒤 “예전처럼 3:3 방식의 대결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졌고 각 선수들의 팬덤이 커지면서 조금 안정적인 활동이 가능해진 것 같다.”라고 3인 체제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강성호 역시 “서로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결을 통해 공략법을 늘려가며 실력을 높일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말한 뒤 “박병호 선수가 잘하는 점 중 하나가 어떠한 대결 상대를 상정했을 때 그 선수의 특징을 잘 분석해 연습 때 이에 대해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라고 박병호 합류 후 변화된 점에 대해 말했다.
박병호는 “프로가 되기 전에는 두 선수의 팬이었기에 대단한 선수들과 함께 했을 때 제가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는 부담이 있었기에 제가 실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상대 선수를 분석하게 됐다.”라고 덧붙인 뒤 “물론 지금도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남아있지만 연습을 통해 두 선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수 있고,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이 제가 가야할 올바른 길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만큼 장점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 사람은 선수로서의 활동을 끝낸 뒤 팀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재민은 “다른 종목을 보더라도 선수를 은퇴한 뒤 팀이나 협회 등을 통해 계속 관련된 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격투 게임 쪽은 그런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에 기회가 생긴다면 코치나 감독 같은 지도자부터 사무국 직원까지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세 명 모두 30대를 넘긴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생활을 챙겨야하는 부담감’과 ‘체력적인 문제’ 등에 대해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재민은 “어렸을 때는 게임에 대해 ‘나이 들면 그만둬야 하는 애들 놀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이를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더욱 생각하기 힘들었던 만큼 이를 깨고자 하는 노력을 해왔지만 저희가 30대에 접어들고서는 결혼이나 육아, 직장과 같은 생활에 대한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다른 직업을 가지려고 해도 게임만 해오다 보니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데 밖에서는 ‘여전히 그거하고 있더라’라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최근에는 인터넷 스트리밍이나 유튜버로 큰돈을 버는 사는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고정관념은 조금은 흐려진 상태이지만 하루에 5~6시간을 연습에 투자해야 하는 입장서 가장으로 생활을 챙겨야 한다는 점은 분명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강성호는 “나이가 들면서 에이징 커브라던지 체력적인 부담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에이징 커브는 연습을 통해 감을 잃지 않게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지만 손목 통증과 같이 건강 또는 체력과 관련된 문제는 연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부담이 되는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더 많은 찬스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
세 선수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건강도 잘 챙기며 선수로서 보다 성장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배재민은 “연말까지 많은 대회가 예정되어있고 철권 월드 투어의 파이널 대회도 내년 2월로 발표된 만큼 최대한 많은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으며, 강성호는 여기에 더해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박병호도 “건강을 생각해서 금연과 운동을 이어갈 것이며 국내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내년 철권 월드 투어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해 팀원들과 함께 이름을 알리고 싶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또한 희망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부산e스포츠경기장의 ‘T.E.N’과 같이 선수들이 대결할 기회가 정기적으로 보다 많아지길 희망하며 더 나아가 DRX와 광동 프릭스 외에도 프로 팀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라고 답하며 ‘철권’ e스포츠가 보다 성장하고 체계화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세 선수는 팬들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했다.
강성호는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 덕분에 힘을 얻고 있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목표의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이야기했으며, 박병호는 “좋은 일과 슬픈 일을 함께 해주시는 팬 분들이 많다는 것을 프로 생활을 하며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저희의 팬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되지 않도록 행동에 조심하고 실력을 키우겠다.”라고 다짐했다.
배재민도 “지금 팀에 온 이후로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발로란트’ 등 다른 부문의 팬 분들도 저희의 활동에 축하와 응원의 목소리를 전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 응원에 보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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