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기자수첩]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새로운 주인공 될까

Talon 2012. 10. 19. 18:55

뜨거웠던 세계인의 축제 롤드컵 현장을 다녀오다


열광하는 팬들로 뜨거웠던 LOL 월드 챔피언십 시즌2 현장 분위기.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팬들을 열광시킨 월드 챔피언십 시즌2가 지난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USC 갈렌센터에서 열린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결승전 현장을 가득 채웠고, 수 많은 시청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방송을 지켜보는 가운데 대만팀 TPA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세계 최강의 칭호를 거머쥐었다.

LOL 월드 챔피언십 시즌2는 상금이 공개된 순간부터 일확천금을 꿈꾸는 모든 게이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라이엇게임즈가 내건 e스포츠 대회 사상 최고 금액인 100만 불(한화로 11억원 이상)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팀들이 도전장을 던졌고, LOL 팬들은 세계 최정상 급의 수준 높은 경기를 감상하기 위해 앞다퉈 모여들었다.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아시아권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e스포츠의 볼모지나 다름없었다. 블리자드사가 개최하는 블리즈컨이나 각종 게임쇼들이 진행된 적은 많지만 이는 보통 컨벤션이나 컨퍼런스에 집중된 행사였고, e스포츠대회는 곁들이 이벤트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게임 런칭 이후 누누이 LOL의 e스포츠화를 강조했던 라이엇게임즈는 월드 챔피언십 시즌2를 맞아 과감한 시도를 했다.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 미국에서 1만 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경기장을 빌리고 그곳에서 월드 챔피언십 시즌2 결승전을 열겠다고 선언한 것. 라이엇게임즈의 이런 시도가 과연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누가 봐도 대성공. 사전에 판매한 입장권은 전석이 매진됐고, 결승전 당일 날 USC 갈렌 센터 앞에는 일찍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국에서 봤던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광경에 잠시 '이곳이 한국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운데) 미스 포츈과 펜타킬 소나 등의 코스프레
미국인들과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LOL 팬들은 축제를 벌였다. 몸매가 어떻든 자신이 좋아하는 챔피언으로 분장해 코스프레를 즐기며 분위기에 취했다. 피자와 핫도그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마치 정말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듯 흥에 겨워했다. e스포츠가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LOL 월드 챔피언십 시즌2의 성공 뒤에는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이 있었다. 라이엇게임즈는 대회 준비를 위해 라이엇게임즈코리아에게 자문을 구하고 온게임넷 스태프로부터 방송 노하우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특히 브랜든 벡 라이엇게임즈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아시아가 아니라 그 중에서 특히 한국이 e스포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할 때는 한국의 기자로서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다.

물론 e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라 게임 종목사인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다 보니 다소 미비한 점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기념품 상점의 절대적 공급 부족을 들 수 있다.

결승전 현장 내 한 곳 뿐이었던 LOL 기념품 상점.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LOL 팬들의 관심은 25달러짜리 티모 모자, 45달러에 판매되는 블리츠크랭크 집업 점퍼에 쏠려 있었으며 한국 기자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상 부푼 기대를 안고 결승전 현장을 가보니 넓디 넓은 복도에 기념품 상점은 딱 한 곳뿐이었다. 줄을 설 엄두가 안 날 정도로 긴 행렬에 발걸음을 돌린 관객들도 많았다.

판매를 맡은 스태프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중에 다시 오도록 조치하기도 했지만 기념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계속 불어나기만 했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린 탓에 기념품 상점이 '오염구역'으로 지정돼 캠퍼스 폴리스의 감시를 받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어쨌든 결승전 자체는 훌륭했다. 놀랍도록 많은 관중을 유치한데다 올스타전 이벤트를 진행해 기다리기 지루할 팬들에게 볼 거리를 선사하려는 라이엇게임즈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라이엇게임즈에서 호언장담한대로 인터넷 연결 문제로 인한 경기 중단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이엇게임즈가 '유저들과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게임사'로 신뢰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갈렌 센터에 구비된 1만 258개 좌석을 모두 채우며 흥행몰이한 결승전
또한 현장 관객들이 마음껏 결승전을 즐기는데 그 어떤 방해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질서정연하게 입장한 관객들은 서로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며 자유롭게 결승전 경기를 만끽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팬들을 제지하는 대신 라이엇게임즈 후디를 입은 스태프들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결승전에 참여했다.

신나게 결승전을 관전한 LOL 팬들은 라이엇게임즈에서 선물한 한정판 피규어를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방송으로 시청한 팬들이 소환사 아이콘 및 스킨을 제공하는 리븐코드를 받고 싱글벙글했을 모습도 눈에 선하다.

라이엇게임즈는 e스포츠를 통해 유저들에게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게임 내 서비스 강화에 신경을 쓸 때, 라이엇게임즈는 LOL 유저들이 자신과 같은 게임을 즐기는 다른 유저들을 만나 함께 경기까지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소셜 네트워크가 화두인 요즘, 라이엇게임즈의 이런 커뮤니티 지향적 마케팅이 효과만점이라는 사실이 이번 결승전 결과로 드러났다.

이번 '롤드컵'의 성공적인 결승전 개최를 지켜보며 '월드 챔피언십 시즌3는 얼마나 대단할까' 설렘이 앞섰다. LOL이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인기를 자랑할 것이 자명하지만, 롱런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e스포츠로서의 LOL일 것이다. 단 한번의 대회로 '스타크래프트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은 LOL. 어쩌면'e스포츠'라는 단어를 듣고 LOL이 가장 먼저 떠오를 날도 곧 오지 않을까.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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