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팀원들을 챙기는 '롱주의 서포터' 강범현이 프로게이머가 된 지도 벌써 6년째. 패기 넘치던 신인 때돠 달리, 생각과 걱정이 많아지면서 얼마나 프로게이머 생활을 더 할 수 있을지 남은 날을 세보는 시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상급 실력을 뽐내고 있으니, 그런 걱정은 접어둬도 좋을 듯하다.
강범현은 4번째 도전했던 롤드컵 여정이 끝난 뒤에도 "아직 도전할 목표가 남았다"고 말하는 긍정왕이다. 밝은 새해를 기대하는 강범현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인터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2018년 새해가 왔다. 2013년 데뷔했으니 이제 프로게이머 지낸 지 6년째가 된다
▶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예전에는 패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 데뷔했을 때를 회상해본다면
▶ 정말 순진했다. 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가 됐고, 게임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줄 몰랐다. 막상 연습이 쉽지 않아서 많이 혼나고 울기도 했다. 비난받는 걸 견딜 수 있게 도와준 당시 나진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숙소 생활도 처음인 나를 타 종목 출신인 '꿍' 유병준, '제파' 이재민 형이 많이 케어해줬다. 당시 멤버들과 휴가 때 자주 만난다.
지금은 철이 들고 사회를 알아버렸다고 할까. 친구들은 좋아하는 일을 해서 좋겠다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니까 힘들었다. 이제 내가 후배들을 가르쳐주는 입장인데 오히려 많이 배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 장기간 정상급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열심히 하자는 신념이 있다. 박정석 감독님 밑에 있어서 그런지 휴가 때 게임을 안 하더라도 숙소를 지켰다. 다른 멤버들에게 빨리 복귀하라고 압박을 주려던 건 아닌데(웃음), 숙소를 지키자는 생각으로 여태껏 해왔다.
▶ 나도 걱정이 많다. '내가 몇 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군대 다녀오면 뭘하지' 라는. 신기하게도 그런 걱정이 있을 때마다 업계 분들께 좋은 말씀을 듣게 되더라. 최근에는 정소림 캐스터님을 만나 밥 한 끼를 같이 했다. 그분의 열정을 보고 나태해지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나이가 들어서 못해졌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순간 망가지는 것 같다. 최근 솔로 랭크 점수가 오르지 않아 자괴감에 빠졌지만, 동료들이 같이 해줘서 잘 버티고 있다.
▶ 2017 스프링 스플릿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일 힘들었고 실력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으나, 암흑기일 때 많은 걸 얻었기 때문이다. 제일 좋았던 건 롤챔스 우승으로 롤드컵 진출을 확정한 순간이었다. 락스 소속으로 롤챔스에서 우승했을 때 내 실력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우승은 나도 잘하면서 우승한 거라 개인적으로 락스 때보다 더 기뻤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롤드컵 8전이다. 삼성이 잘했고, 우리는 연습 때 기량을 못 보여줬다.
- 작년 롤드컵 당시 한국 선수 최초로 롤드컵에 4회 연속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음에도 그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 그래서 아직 이룰 목표가 남아있다. 한 3년째이긴 하다(웃음). 롤챔스 우승을 해봤고 롤 올스타전도 가봤으니 롤드컵 우승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겠다.
- 롤드컵 탈락 후 진행되는 경기를 봤나
▶ 안 본다고 말하면서도 다 봤다. 우리를 이긴 삼성이 잘하길 바랐다. 삼성이 우승하는 걸 보고 우리도 희망이 있다, 내년에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롤드컵에서 중국 현지 팬들이 많이 지원했다는데
▶ 일식 코스요리를 사주시고 음식을 더 보내주신 분이 계시다. 맛있는 걸 먹어서 좋았다. 사무국 분이 웨이보를 통해 소식을 알려주셔서 중국 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형 현수막도 받았다. '커즈' 문우찬 팬분이 있어 놀랐다. 중국팀인 EDG 인기는 아이돌급이었다. 중국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인정받는다는 걸 크게 실감했다.
- 지난 시즌에는 '비디디' 곽보성의 실력이 만개하며 팀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했다
▶ 보성이가 롤드컵 연습할 때 정말 잘했다. 삼성전 1세트도 잘했는데 져서 힘들어했다. 올해는 더 잘할 것이다. 보성이 뿐만 아니라 롱주 선수들 모두 잠재력이 있다. 각자 장점이 발휘된다면 2018년을 기대해볼 만하다.
▶ 결과는 아쉬워도 잘했던 대회였다. 우리는 새로 합류한 '피넛' 한왕호와 합을 맞추는 평가의 장이었고, 멤버 변경이 없었던 kt를 상대로 잘 싸웠다. 단지 화났던 건 (송)경호의 도발? 요즘 너무 건방져졌더라. 만나면 그렇게 못하면서(웃음).
▶ 재미있었지만, 롤 올스타전이 끝난 후에는 서로 적이 된다는 점이 아쉽더라. 탈락 후 밥을 먹는 데 한 선수가 "다음에 적으로 보겠네요"라고 말했다. 이게 롤드컵 우승자와 나의 차이인가 싶었고, 그런 냉철한 마인드가 배울 점이었다.
- 2018년 롱주에 남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
▶ 롤드컵 8강 탈락 후 (김) 종인이 형과 내년에 어떡할지 얘기했다. 우리 둘이 언제까지 같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몸집이 커져서 걱정이었다. 한국에서 둘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상위권 팀에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있고, 그 외에 다른 팀에는 원거리 딜러만 필요하다든지 서포터만 원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성적을 잘 낼 수 있다고 생각해 가능하면 올해도 롱주에서 같이 하자고 의견 일치를 봤다.
- 예전 동료였던 '피넛' 한왕호와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는데
▶ 락스 때보다 많이 업그레이드됐더라. SK텔레콤에서 배운 걸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어서 약간 선생님 느낌이 난다(웃음). SK텔레콤 가서 사람이 돼 돌아왔기에 내가 별로 건드릴 것이 없다. 나이가 비슷한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롱주에 와서 적응을 잘했다.
▶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코치님이 추구하는 방식과 우리가 해온 것이 융화되는 단계라 잡음은 많다. '액토신' 연형모 코치님은 나진 때도 봤는데 잘하시는 분이라 잘 될 것 같다. 우리 팀은 선수와 코치진 의견 교류가 많은 편이라, 밴픽에서 선수들 생각이 중요시된다. 먼저 선수들이 필승 챔피언이라고 자부하는 것들을 코치님께 말씀드리면, 그걸 바탕으로 코치님이 전반적인 틀을 짜고 다시 논의한다.
▶ 케스파컵 끝나고 롤 올스타전에 다녀오며 11월 초부터 쉬지 못했다. 정신 차려보니 남들은 연습을 시작했는데 나는 시차와 휴식 부족으로 힘들었다. 빨리 합이 잘 맞으면 좋겠다. 걱정이 앞서긴 해도 팀원들이 잘하는 선수들이고 나도 컨디션을 찾으면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 룬 시스템이 개편되고 LoL에 큰 변화가 생겼다. 최근 메타에 관한 생각은
▶ 다 같이 헤매는 초반 선구자가 나타나 꿀을 빨기 시작하면 다른 선수들이 따라간다. 어느 팀이 좋은 특성과 챔피언을 잘 찾아서 그것으로 이득을 보는지에 스프링 초반 주도권이 달렸다. 그런 면에서 정노철 감독님이 잘하셨는데(웃음). 메타에 대한 불만은 없는데 내가 적응이 더딘 편이라 다른 라인에서 쓰던 챔피언이 서포터로 내려올 때 당황스럽긴 하다. 특히 쉔 서포터는 예전과 지금 메커니즘이 너무 달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 다른 포지션에 도전해보고 싶지는 않았나
▶ 솔로 랭크를 보면 서포터 중에서 다른 라인을 잘하는 선수들이 몇 있지만, 나는 다른 라인을 가면 민폐라 그런 욕심은 딱히 없다.
▶ 서머 스플릿 때 MVP 포인트를 많이 받았다. 종인이 형이 독보적으로 돋보이려 하기보다 이기는 데 중점을 두고 플레이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더 돋보이는 것 같아 고맙다.
▶ 특별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내년에도 다른 텀 서포터들에 비해 잘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코어장전' 조용인, '마타' 조세형 선수가 나와 동갑이다. 용인이는 예전에 원딜할 때 듀오도 많이 했다. 서포터로 성장한 걸 보면 대단한 친구다. '마타'와는 올스타전을 같이 했다. 다들 잘하는 선수라서 경계하기보다 그 선수들의 장점을 배운다는 생각이다.
- 2018년 각오와 목표는 무엇인지
▶ 성적은 물론 논란과 구설 없이 이미지가 좋은 선수로 남고 싶다. 올해도 이대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롤드컵 결승전에 다시 오르고 싶다는 목표가 새해에 꼭 이루어지기 바란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나이 한 살 더 먹는 건 담담하다. 2017년 고생하신 감독님과 사무국 분들 수고 많으셨다. 올해 (김)정수 코치님은 팀에 안 계시지만, 어디서든 잘 되시기 바란다. 연형모 코치님과 함께 2018년 우리 팀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면 좋겠다. 이제 6년차 프로게이머가 되지만, 늘 처음처럼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아, 그리고 해외 인터뷰를 하면 '피넛' 선수 합류로 구 락스 느낌이 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제는 롱주 3인방으로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 끝으로 강범현에게 '프레이'란?
▶ 시간을 돌려서 락스 때로 돌아가 보면 종인이 형과 거리가 제일 멀었다. 내가 팬심을 가졌을 정도로 우러러본 사람이라 같은 팀이 됐을 때 종인이 형이 어려웠다. 2017 스프링 스플릿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가 종인이 형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가까워져서 그런 것 같다. 락스 때도 어려워하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친해져서 의지할 수 있는 형이다. 잘 될 거라는 말 한마디, 따뜻한 충고를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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